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3번은 좀 뭐랄까.
개인적으로는 저런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묵향의 경우도 큰 이야기를 보여주기 전에 분위기만 넘치는 엑스트라로 이야기의 맛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요.(뭐 지금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지만)
이야기 전개상 필요하긴 하지만 나중에 쓸모가 없는 캐릭터 자체에 중요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가 아닐까 합니다. 종철, 염혜미, 당문영, 독고영령 등등. 그냥 무명씨나 동네 처자에게 배역을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배역이상의 역할을 주어서 쓸데없이 글을 늘어트릴 이유도 없잖습니까? 까망군님의 말씀하신대로 마신 8권이 갑작스럽게 전개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저들에게 중요하다는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전개하자면 그건 또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넌센스는 아닙니다. 그들은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아니며, 꾸준한 등장으로 확실한 캐릭터리티를 확립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그들에게 '퇴장'이라는 과정을 부여하여 독자의 시선으로부터 떨어뜨릴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 없이 그냥 침묵과 무시라는 형태로 마무리를 지었다는 점은 몇 번을 생각하더라도 저자의 잘못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용두사미, 그들의 존재는 딱 그렇게 취급되었죠.
나중에 쓸모가 없는 인물을 디자인했다는 것, 나중에 쓸모가 없게 되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것, 역할이 끝난 뒤의 거취에 대해 독자에게 언질을 주지 않는 것 등이 문제가 됩니다.
마신을 읽는 내내 지루함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형우라는 인물이 미증유의 힘을 갖고있으나 큰 욕심없이 멍때리고 있는 존재, 마치 하나의 유니크 아이템같이 설정해놓고 주변인물과 이를 둘러싼 사건전개에 초점을 맞춘게 독특했습니다.
하지만 까망님 말대로 별 역할을 못하고 왔다갔다만하는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아까웠습니다. 저들을 좀 더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죠.
정상급 작가는 사소한 인물들조차 존재감이 뚜렷하고 살아움직이며 제역할을 십분 활용하죠. 중화사상에 쩐 김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났는데 왜 언급해야 하는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왜 중심에서 벗어났는가, 어떠한 과정으로 벗어났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이는 다분히 읽는 입장보다는 쓰는 입장에 중점을 둔 의견입니다. 이야기의 구성 및 진행, 인물의 설정 등에 대한 문제제기니까요.
신기루님은 '이미 필요성이 사라진 인물'이라고 하시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미 완료된 '마신'이라는 이야기에 대한 생각입니다. 제가 '필요성을 사라지게 한 저자 탓'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신'이라는 이야기를 쓴 저자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저자가 '마신'이라는 이야기를 쓰기 전에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고 바꿔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그럼 '마신'이라는 이야기는 지금과는 다른 이야기가 되어 있을 겁니다.
제 생각에도 너무 허무하게 나왔다 그냥 사라지는 캐릭터들이 많더군요.
뭐랄까, 최소한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떠났다.'라던가, '이러이러한 사건에 휘말려 죽었다.'라던가. 무언가 그들의 퇴장에 대한 당위성이 주어지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엑스트라란게 다 그런 존재고, 주인공 혹은 그 일행에 필요한 것만 주면 사라져야 할 존재지만.....그렇다고 해도, 무언가 있을 법한 분위기로 등장해서 나중에 언급 자체가 되지 않는 건 조금 미묘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영화에서 어떤 캐릭터가 잠깐 등장했는데 그 캐릭터가 활약하는 부분은 모조리 편집당해서, 결국 등장만 하고 끝난 것 같은 느낌?
뭐, 그런 느낌이 들었었죠.....
아무튼, 좋은 비평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런 비평을 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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