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군 서적에 이어 공동 구매한 AK 트리비아 서적 리뷰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환상 네이밍 사전, 도해 식문화의 역사, 도해 특수 경찰에 대해 소개하죠.
1. 환상네이밍 사전 (신키겐샤 편집부 엮음)
만족도: ★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걸 구매한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 전적으로 미리 확인을 안 한 제 잘못이지만요. 후회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단순 단어 나열 구성에 실망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를 일본어, 영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라틴어, 그리스어 아랍어, 중국어로 번역한 표만 쭉 늘어놓았을 뿐입니다. 일일이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찾는 것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습니다.
덤으로 단어 종류도 시간, 계절, 식물, 광물, 등등... 뭔가 폼나는 이름의 어원으로 쓰기에는 뭣한 일반 명사들 뿐이고요.
(2) 남성, 여성 이름 파트가 없다
솔직히 이름을 참조할 때 가장 고생하는 건 남 캐릭터에 걸맞는 이름, 여캐릭터에 걸맞는 이름 찾는 것입니다. 어감이 딱 맞고 나름 유래도 있는 이름 만들기가 좀 어려워야죠. 이건 구글 번역기 돌린다고 나오는 정보도 아니고요.
하지만 이 책에는 그 귀중한 정보가 없습니다. (...) 솔직히 출판사가 양심이 있다면 ‘환상 네이밍 사전’이라 하지 말고 ‘단어 사전’이라 했어야 한다는 원망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차라리 시간은 들어도 신화와 역사를 찾으며 인물과 신, 괴물의 이름을 틈틈이 메모해두는 편이 낫지, 이 책을 사는 건 별로인 듯 합니다.
여담이지만 그나마 싼 값에 이 책을 샀다는 점이 위안거리네요. 문피아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남성 이름과 여성 이름이 필요하신 분은, 이 책을 구매하는 대신 각 나라 별 연애인, 정치인, 스포츠 선수들의 이름을 조사하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환상 네이밍 사전의 부실한 구성. 이 구성이 첫 장부터 끝까지 유지됩니다. -_-
2. 도해 식문화의 역사 (다카히라 나루미 저)
만족도: ★★★★
속독해서 내용물 확인한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기묘하게 재미있는 책’입니다. 책 구성 자체는 고대 음식 문화가 절반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구성돼 있는지라, 음식의 역사 및 발전 양상을 파악하기에는 부적합합니다.
허나 세부 내용들이 꽤나 괜찮습니다. 원론 서적은 무시하고 넘어가는 깨알 같은 설명들이 많거든요. 가령 ‘보통의 병사는 일일 3,000킬로 칼로리, 혹한 지대의 병사는 5,000킬로 칼로리를 필요로 한다’라든지, 건배의 유래나 방식이라든지, 중세 영주의 식생활이라든지 등등등.
이런 설명들을 읽으며 “판타지를 쓰는 분들에게는 생각보다 자잘한 영감거리를 줄만한 책이겠다” 그 생각이 들더군요.
아 물론 아직 교차 검증까지는 안 했는지라 내용의 신뢰도는 얼마나 높은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책의 설명들이 워낙 그럴듯해서, 실제 역사와 다르다 할지언정 판타지 작가 분이 영감을 얻어가는 데에는 쓸만할 거라는(...) 사실 자체는 변치 않을 듯 하네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끔 나오는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아주 정교한 일러스트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하긴 그렇게 하면 참조용 자료가 아닌 위꼴용 자료(...)가 될 테니 그 나름대로 곤란할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3. 도해 특수경찰 (모리 모토사다 저)
만족도: ★★★ (나중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특수 경찰의 임무 → 특수 경찰에 적합한 인재상 → 특수 경찰의 장비 및 운용법 (특히 총기 설명이 강조) → 인질 구출 → 용의자 심문 순으로 내용이 구성돼 있습니다.
이 방면에 대해서는 제가 지식이 없어서 내용의 정밀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내용의 정밀성을 판단할 줄 알았다면 이 책을 사지 않았겠죠) 구성 자체는 꽤나 마음에 듭니다. 입문용으로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임무 수행 시 애로사항- 잔탄 관리나 탄피 걸림 현상을 비중있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픽션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애로사항들과 해결법을 언급해 준 덕분에, 글을 쓰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더군요.
그리고 픽션과 현실의 다른 점을 굉장히 많이 강조합니다. ‘픽션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거 없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식으로요. ‘픽션에서 폭발물 처리를 할 때는 도선 절단질만 하지만, 현실에서는 액화질소를 부어 무력화하거나 처리통 안에다 던져놓고처리하거나 여러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설명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만약 특수경찰이 인질 구출 및 폭발물 처리를 하는 이야기를 쓴다면, 이 책으로 사전 지식을 쌓은 뒤 세부 자료를 찾아나가면 그럴듯한 이야기를 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근데 이것도 쪼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너무 특수 경찰에만 집중해서 설명한 탓인지, 특수 ‘부대’가 완수한 인질 구출 작전 설명이 완전히 빠져 있습니다. 나중에 도해 특수부대 책을 따로 낼 생각으로 그랬는지 원.
기왕이면 마약 수사에 대한 이야기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없고요. 뭔가 인질 구출 이론에만 특화된 듯해 살짝 아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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