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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이전의 글에 대해선 양탕이라는 유저의 글에 일정 부분 동감을 표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 판타지에 설정된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한 동의일 뿐, 그 지적이 가지고 있는 모순까지도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또한, 더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밝히고자 한다.
1. 판타지의 현실성.
신화와 전설엔 허황된 이야기가 적지 않은 비중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의 비 현실성을 지적하지 않는다.
왜?
그것이 '신화' 이며 '전설'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굳이 판타지엔 현실의 잣대를 들이 대어야 하는가?
사실, 들이댈 필요는 없다.
물론 원론적인 이야기다.
쉽게 말해서, 현실의 잣대로 재는 것이 그르지 않다는 뜻이다.
1)
판타지가 신화나 전설처럼 모호한 구성을 가지고 있거나(그리스 신화는 반례가 될 수 없다. 이는 그리스 신화의 구성의 탄탄함은 불핀치의 정립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오롯할 수 있다면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판타지' 들은 현실, 역사의 잔해를 모아 구성된 창조물이다. 물론 기존의 역사를 완벽히 모방할 이유는 없지만, 충실한 재구성 정도는 필요하다.
문제는, 그 충실한 재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
D&D 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위자드 오브 코스트(해안의 마법사). 일종 '돈법사'(COAST 와 COST의 발음의 유사성을 이용한 언어유희)라 불리는 회사의 창조물로(깊이 따지면 여러 곳의 창조물이 결합된 형식이나,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초기 한국 판타지들이 이 시스템을 빌려왔다는 것 역시, 판타지라는 장르에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자,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왜 D&D를 차용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편리하니까.'
3)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파생된다.
'왜 편리한가?'
자, 생각해 보라.
도대체, 왜 편리한 걸까?
4)
원래, D&D라는 시스템은 게임을 위한 룰로 출발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롤 플레잉 게임(RPG)를 위한 룰이다.
롤 플레잉 게임은 원래 PC(게이머)가 일정한 '역할' 을 수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게임의 형식을 말한다. 이 형태의 게임에선 BATTLE 만큼이나 ROLE PLAY가 중요했고, 따라서 이런 ROLE PLAY를 서포트 할 만한 탄탄한 배경이 필요했다. 엉성하게 짜인 배경으로는 개인의 개성 및 수행하고자 하는 역할을 제대로 서포트 해줄만한 장치가 되지 못했고, 이는 게임의 흥미를 저하시킴에서 끝나지 않고, 게임 시스템 자체의 존속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론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따라서 D&D 시스템은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가져야만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이는 게임의 중요 요소인 ROLE PLAY를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장치가 되었다.
즉, 체계적인 구성의 성공이 현재의 D&D 시스템을 유지시켰고, 세계적인 아이템으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2. 그럼 왜, 한국의 판타지 다수가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을 받는가?
1의 1)에서 말했듯, '충실한 재구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 원인이라 말할 수 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소설에 드러난 생활상은 영락없는 현대의 것이다. 아니, 오히려 현대의 생활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무슨 소리냐고?
제 3세계의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판타지 속에 그려진 중세의 모습이 더 인도적이고 평화적이며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글을 읽으며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분명 배경은 중세인데, 드러난 이야기는 중세가 아니다.
이런 글을 보는 사람은, 44 사이즈 비키니를 입은 마초 근육맨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충실한 재구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3. 초인의 존재가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답은, NO. 다.
프랑스 혁명은 판타지에 나타난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개혁하는 초인' 과는 정 반대되는 내용이다. 판타지의 초인은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개혁하지만, 프랑스 혁명은 '누대에 걸쳐 쌓여온 지식과 힘을 빈 다수의 선동으로 세상을 개혁한 것' 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소수의 초인이 일으키는 급진적인 개혁과는 달리, 프랑스 혁명이나 공산주의, 자유주의 등의 사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어 온 '학습' 과 '경험' 의 축적에 토대를 두고 있어, 튼튼한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그런 초인이 짧은 시간에 여럿이 나타나 그 사상을 계속 이어왔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글들은 혜성같이 나타난 사람 하나가 (사회의 역사에 비해)'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그 '토대까지도' 정립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상은 기존 판타지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지적의 일부로, 오늘은 여기서 줄일까 한다.(사실 피곤하다.)
필요하다면 나중에 어느 정도 덧붙일 수는 있겠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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