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난바라다님, 마음에 안 들다니요, 근래 들어 이렇게나 값진 선물을 받아본 게 얼마만인가 싶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쩜 그리 글을 재밌게 잘 써주셨는지, 제 이야기가 아니었어도 몰입해서 봤을 성 싶습니다. 일단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글을 쓰고 또 그에 대해 비평하는 건 분명 큰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니까요.
난바라다님의 비평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탐험하지 못했던 곳을 어깨너머로 들여다본 듯 시야도 넓어진 느낌입니다. 이제 그걸 제 것으로 소화해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제 몫이겠지요. 제가 생각하는 제 글의 장단점과 독자분들이 느낄만한 장단점을 비교해볼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난바라다님께서 느끼셨던 것처럼 저는 어쩌면 시장성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려고 하면서도 금방 읽고 접어두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것이지요. 비평 글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앞으로 기준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머지않은 시일에 리본은 완결이 될 예정입니다. 완결되는 시점까지 난바라다님의 말씀을 가슴속 깊이 새기고 더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점점 더 발전해나가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첫 글을 쓸 때 똑같은 고민을 했었고, 제 글에 무한한 애정을 가졌었죠. 사실 속으로 '혹시 대박이 나서 잘 팔리면 어떻게하지?'하는 멍청한 고민도 했으며 온갖 이불킥급 상상은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문피아에 글을 올리고 고작 1주일만에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두 가지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태경님께서도 마찬가지의 갈림길이 있을 것입니다. 빠른 결단을 내리면 마음의 정리를 하기에도 훨씬 쉬운 법이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vs 독자가 읽고 싶은 것
이 두 가지가 일치하는 분들은 정말 축복받은 겁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성공하겠죠. 전 불행히도 그 두 가지가 극단적으로 차이가 벌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전자를 위한 글은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고... 후자를 위한 글은 아무리 써도 전혀 즐겁지가 않더군요. 그럴 바에 안 쓰고 말죠. 딱 거기까지가 아마추어의 마인드인 거 같습니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돈으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매긴다는 겁니다. 결국 돈의 욕망,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길 스스로 선택하는 거죠. 인간 정신의 가장 자유로운 활동인 문학또한 그걸 '생업'으로 하겠다면 결국 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답니다. 그런 각오가 있을 때/혹은 그쪽으로 눈꼽만큼의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 때 오로지 프로 작가가 될 수 있는 겁니다. 태경님께선 애매하게 걸치신 거 같더군요. 그러니 고통받으시는거고.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었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전 역부족이란 걸 깨닫고 진즉에 포기했지만, 오태경님께선 하시고 싶은 일을 부디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업'을 이루신다면, 지금의 고민을 잊지마시고 변화를 위해 애써주셨으면 좋겠네요. 장르 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실랄한 표현들은 상업성이라는 현 장르 문학의 본주소를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쓰인 것일뿐입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감동과 재미 또한 대리만족의 한 분야입니다. 우주매니아님이 이상하고 독특한 게 아니라, 서로 코드가 다른 거죠. 전 대부분의 사람들을 '까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결코 슬퍼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주님도 저도 독자들도 욕망의 문제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같은 분류니까요.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달라지려면 '적벽대전'으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아니라 '적벽대전'의 본질을 꿰둟어보고 그 같은 '비극'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일깨워줄 글이 되어야겠죠. 하지만 그쪽은 대중 소설의 영역이 결코 아닙니다.
스스로 별다른 근거도 없이 요즘 계속해서 등장하는 양판소를 재밌다고 빨아재끼는 무분별한 사람들과는 다른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며 정신건강을 위해 잘 포장해왔던 자신의 실체가 낱낱이 벗겨져 만천하에 드러나는 심정이 들더군요. 짬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던 독서습관과 그런 세태에 어울리는 개연성이 필요 없는 전개와 요즘 나오는 책을 아무 거나 골라 펼치면 나오는 익숙한 클리셰, 그리고 당연한 듯이 그런 글들을 골라잡아 두 번 볼일 없이 컵라면 먹듯 읽어 치우는 나 자신의 모습. 독특한 것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익숙한 것들만 찾고, 운과 우연으로 범벅된 인스턴트형 대리만족형 소설들을 찾는 나 자신의 모습.
아무래도 난바라다님이 장르소설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시는 것에 제가 일조한 것 같네요.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장르소설을 읽는 것에 회의감도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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