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상균
작품명 : 하얀 로냐프 강
출판사 : 제우미디어
'하얀 로냐프 강'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우호적이고 수작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것이 이 책을 읽게 만든 동기였지만 반도 못 읽고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이 소설에 대한 평가는 참으로 내리기 어려웠다. 그냥 아쉽다.
이 소설은 나름대로 타당해 보이는 세계관을 제시하여 글에 개연성을 부여하였다. 초반 몇 줄을 읽었지만 문체가 유려하다는 평가가 과연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퀴트린이 파티에 초대되어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이 마치 영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머리속을 지나치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이고 작가가 직접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그 행동 묘사 하나하나에서 주인공의 심정(공주와의 카발리에로 의식에 주인공이 뭔가 답답함을 느낀다..) 또한 드러났다. 작가의 필력은 굉장한 흡입력으로 나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아아젠과 퀴트린의 만남과 그 후 아아젠의 퀴트린에 대한 마음은 작가가 직접 보여주기도 하지만 특유의 문체와 문장력으로 독자인 나에게 깊이 와 다았다. 특히 전쟁에서 퀴트린이 좋아하는 차 한 병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장면은 아아젠 사랑의 절정이었던 장면이었다. (차는 아아젠이 퀴트린(아무것도 부족함 없는)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단순히 차를 지킨다는 의미보다는 사랑을 지키려는 의지이며 아아젠으로서는 목숨을 걸 수 밖에...)
그런데 처음으로 몰입되어 있는 나를 뒤로 끌어당겨 소설을 냉정하게 판단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아아젠의 경우와는 달리 퀴트린이 아이젠을 사랑하는 과정이 너무 부자연스럽다는(유려하지 못함) 것이다.
퀴트린 입장에서 감정의 흐름을 살펴보면,
만남 - 그 때 일어난 사건으로 (호감)을 느낌
전쟁에서 라즈파샤와의 대화 - 그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기회
여러 가지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퀴트린이 늦은 밤이란 이유로 하녀를 배려해 차를 포기함(아직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고 사랑하더라도 그것은 무의식에 있는 상태)
라벨과의 티타임 - 아아젠의 상처를 알고 미안해 하는 느낌이 듬
기습(당함) - 아아젠을 구함('하녀 따위'라는 표현과 구할지에 대한 망설임으로 보아서는 아직 사랑의 감정이 무의식에 있을 거라고 생각됨. 미안함이 그녀를 구하는 동기로 작용하는 것 같음. 차를 통해 그녀의 마음을 약간은 알아차린 것 같음.)
그녀의 위기와 카발리에로 선언
사실 퀴트린의 이 카발리에로 선언은 아아젠의 위기에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므로 퀴트린 사랑의 절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혹시 놓친 부분이 있나하여 앞을 다시 봐도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 사랑때문이라는 것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이 카발리에로 선언은 단순히 물질적인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믿어 오던 신념 역시 많은 부분 포기한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은 정말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고 이 소설에서는 사랑외에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들다. 호감을 가진 그녀가 죽는 것이 불쌍해서 연민으로 그랬을까? 아님 자신의 하녀에 대한 책임의식일까? 이런 설정이라면 가능은 하겠지만 영... 퀴트린이 사랑에 대해 인식하면서 기존의 가치관과 혼란을 격는 장면, 아니 최소한 사랑의 감정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넘어왔다는 약간의 암시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정말 이 갑작스러운 카발리에로 선언은 뜬금없지 않은가...(잘 나가던 글이 뚝 끈겨서 글의 본래 목적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느낌)
다음으로 '계급 차별 폐지'에 대한 내용과 함께 글이 계속 진행된다. 이 소설은 사랑이 가장 핵심에 되는데 그것이 이미 심각한 데미지를 입은 후라서인지 글에 몰입되기 보다는 상당히 냉정하게 글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군데군데 파탄이 보였다.(특히 설정부분) 1가지만 언급하면 '계급 차별 폐지'가 나이트 라즈파샤 주도로 국왕과 후계자인 공주의 지지하에 진행된다라는 것이다. 어떤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불만을 가지나 크게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잘 참고 있는데 회장의 사위이자 회사의 경영자가 주도적으로 회장에게 건의하여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회장과 그 딸(후계자)이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노사 분규가 일어나게 만든다라고 생각해 보자. 한마디로 황당하지 않은가?
입헌군주제...좋은 내용이지만 가장 반대해야 하는 사람은 왕당파가 되어야 한다. (혹시 왕과 공주가 현제 우리의 가치관을 교육받고 간 차원이동 이계지인(?)이란 말인가...) 따라서 이와 같은 개혁은 주도하는 세력은 이해 당사자인 평민이 되어야 한다. 라즈파샤가 평민 출신 기사이고 공주와 사랑하게 되나 이와 같은 갈등 때문에 불행하게 된다라는 설정은 어떨까 한다.
그 후 좀 더 보다가 라즈파샤의 설덕과 아아젠의 찬성하에 퀴트린이 전쟁에 참여하기를 결정한다는 대목에서 한번 더 어색함을 느끼고 읽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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