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우각
작품명 : 환영무인
출판사 : 드림북스
저는 밑에 겨울도시 님의 환영무인 감상을 보고, 환영무인을 찾아 읽게되었습니다; 새 소설을 읽을 기회를 주신 겨울도시 님께는 감사하지만 아쉽게도 전 환영무인 1권을 읽고는 다음 권으로 넘어가지는 못하겠네요.
저에게 다가온 환영무인은, 구무협의 향기였습니다. 전형적인 캐릭터에 전형적인 대사, 그리고 절대적인 주인공과 주인공이 지키는 여자. 이게 다로군요.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한 것은, '전형적인 캐릭터' 였습니다. 이후, 밑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사실 애초에 상유촌 묘사가 나올 때 부터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등산에 자리잡은 상유촌은 70가구에 300백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간다더군요. 근데 70여 채에 300여 명이 아니라 정확히 70가구에 300백 명입니다. 나누면 얼말까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묘사가 정확한 숫자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대충 몇 명이라는 여지를 두는 것도 아니라 어색한 느낌을 줍니다.
그 밑에는 바로 '마을 앞에는 어울리지 않게 엄청 큰 호수가 존재했다.'라는 문장이 있죠. '엄청 큰 호수'라...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냥 대단히 큰 호수 라거나 넓이 몇 장의 호수가 아니라 엄청 크다니... 여기서 환영무인에 대한 제 인상이 조금 안 좋아 졌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진행되어 갈수록 나오는 인물들이 너무 전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천위가 나오고, 본격적인 악역들이 활약 할 수록 너무나 획일적인 성격만을 보여주더군요. 이 친구들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건 전혀 모르는, 자기위주의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를 열심히 연기할 뿐입니다.
당천위라는 녀석은 처음에는 '난 잘난 후지기수'라고 뻐기더니, 한청을 보고는 '당신은 나의 우상이었지만, 손이 망가졌으니 이젠 아냐. 내가 더 잘났지'라는 모자란 후지기수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이후 한청이 좌수검을 보여주니까, '당신도 무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하지만 10년이나 지나서 이젠 내가 천하오수야.' 라면서 자존심 때문에 인정 못 한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그러더니 갱도에 들어가서는 무인들을 선동하면서 '당신이 살아 있다면 내 계획에 방해가 되니까 죽어줘야겠어'랍니다. 이 친구, 사고의 비약이 너무 극단적입니다. 위험하고도 극도로 이기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네요.
중간에 나오는 소요공자 남조영. 이 친구는 '강호의 명문인 낙영장의 후계자로 지닌바 무위가 절정에 근접했다고 소문난 이'라고 설명이 나옵니다. 여기까지 보면 대단한 인물인 것 같지만, 그냥 사건의 발단을 만들어 줄 소재일 뿐 입니다. 개성도, 지능도 없는 악당이죠. 강호 명문의 후계자라더니 하는 짓은 생각도 없고, 전형적인 대사만 늘어놓는 악역입니다. 묘사도 '잔혹한 웃음'이라거나, '냉혹한 살기', 광기가 일렁이는 얼굴 정도죠. 나중에는 아예 이성을 잃습니다. 절정에 근접하는 무위가 아까울 정도네요.
유문척. 이 분은 전대의 거마라더니, 10년 전에 최고의 후지기수 였다는 한청을 보고 애송이랍니다. 물론 자기가 60대니까, 30대도 애송이로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첫 대사부터 애송이 라더니, 속 마음으로도 '애송이가 대단하군' 에서부터, 음흉한 애송이라던가, 애송이! 끝까지 해보자는 거구나, 애송이 소용없다, 이 애송이 놈이... 라면서 한청에게 당해서 쓰러진 주제에 '상처의 고통보다 애송이라고 치부했던 한청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분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유문척이 애송이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독자들이 정말 잘 알 수 있겠네요. 몇 페이지에 걸쳐 애송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나온 건지...
그런데, 애송이를 싫어하는 유문척 씨는 이후 당천위를 상대 할 때는 애송이의 '애' 자도 꺼내지 않습니다. 한청보다 못해도 10살은 어릴 당천위인데 말이죠. 그냥 만천화우 이름만 지어 주시고, 가볍게 퇴장합니다.
악역은 아니지만, 목경화. 이 캐릭터도 전형적입니다. 그저 사건을 만들 시발점, 트리거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몇몇 무인들이 마을의 여인들을 희롱해서 마을이 공포에 휩싸였'지만, 목경화 소저는 '몰래 갔다 오면 되겠지' 하고 결심하곤 조용히 백수경의 거처로 향하죠. 이후 남조영한테 걸린 이후에는 연약한 아녀자의 역할을 충실히 연기합니다. 이 사건으로 내용이 전개될 수 있었으니, 역할에 충실한 캐릭터였군요.
관지경. 이 친구는 흑풍대주이자 예운향을 배신한 중요 조연이죠. 그런데 예운향을 죽이려다 환사영의 난입으로 일차 저지 당한 주제에, 친절하게 예운향은 남천련주의 네 제자 중 하나라고 가르쳐 주는군요. 애초 흑풍대 친구들의 대사, "우리들의 동정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라거나 "당신의 눈물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습니다."를 보더라도 흑풍대가 참 다정다감한 조직이란 걸 알 순 있지만, 하극상으로 남천련주의 제자를 배신한 주제에 이런 일급 기밀을 적에게 가르쳐 주다니... 이 친구도 머리 빈 악당의 전형을 연기하고 있군요. 마지막에 죽을때는 예운향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는 설명으로, 한조각 선한 점을 가진 악당으로 퇴장하죠.
이후로도 계속 다음권을 읽게할 매력을 찾을 수 없는 내용이 계속됩니다. 10년 동안 강호를 떠나 있었을 한청이 알아보는 흑암루를 여태 계속 똑똑하다는 것을 강조한 예운향이 뒤늦게 알아보는 것이나, 먼저 시비를 걸어 놓고도 이후에 규율을 떠올리고 '새하얗게 질리는' 대력귀왕이라는 전형적 악역의 재출현 등등... ('대력귀왕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문장은 한 장을 넘기면 고스란히 다시 나옵니다. 하얗게 변했다 다시 혈색이 돌아왔다가 다시 하얗게 질렸나 봅니다.)
끝으로 저는 환영무인은 재미없다, 또는 가치없다. 이런 말을 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환영무인 재밌게 보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 감상을 쓴 이유는 환영무인이 저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과, 또 기회가 닿는다면 작가님께 이런 느낌을 받는 독자도 있다는 것을 알려서 차후 보다 더 좋은 글을 써 주십사 하는 기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바라건데 개인적인 감상인 만큼, 부디 옳다 틀리다가 아니라, 나와는 다른 이런 생각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뱀다리 :
이후 다음권들을 조금 읽어보았는데, "운천", "운천!", "운-천!" 이런 대사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이 조금 거슬리더군요 ㅜ_ㅜ;
* 문피아님에 의해서 문피아 - 하 - 추천/감상 (mu3) 에서 문피아 - 하 - 비평란(review)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6-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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