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을 증명하는 데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클리셰' 차용의 정도에 따른 이해인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럼 무협은 다 표절이냐.' 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해의 부족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물론 부끄러워할 일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클리셰의 사용은 표절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클리셰가 가지고 있는 관계가 유사하다면 표절로 의심해 볼 만 하며, 그 관계가 어떤 작품에서만 드러나는 '클리셰의 독자적 구성' 이라면, 후발 작품은 표절로 인식됩니다.
만약 이 경우 후발 작품이 표절 의혹을 벗기 위해선, 그 구성을 사용하고 있는 제 3, 제 4의 작품을 제시해야 합니다.
자, 그럼 두 글의 유사성에 대해 접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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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검존 상천걸 : 치정관계로 인해 사촌동생에게 누명을 씌운다.
사촌동생 전삼 : 악마의 도법 파천마도식을 익힌다.
신성제국의 성황 폴라이트 : 데스로드에게 누명을 씌운다.
데스로드 : 마족과 계약한다.
절대검존 상천걸 : 전삼의 검에 의해 사망한다.
전삼 : 심맥을 끊어 사망. 자신의 유물을 후계자를 찾아 전하라 한다.
폴라이트 : 데스로드를 처리 한 후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의 유물을 신성제국에 전하라 한다.
데스로드 : 폴라이트에 의해 사망.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상천걸은 폴라이트와, 데스로드는 전삼과 동일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두 인물의 역학 관계가 '상천걸 - 폴라이트 , 전삼 - 데스로드에서 상천걸 - 데스로드 전삼 - 폴라이트로 바뀌긴 했습니다만, 상치된 이후의 캐릭터성이 일치하는군요.(...)
이것을 편의상 유사성 'A' 라 칭하겠습니다.
블러드와 타르 역시 상천걸과 전삼의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르는 블러드의 약혼녀를 사랑합니다. 상천걸은 전삼의 정인을 사랑합니다.
타르는 아버지의 계략에 빠지고, 전삼은 상천걸의 계략에 빠집니다.
여기까지는 클리셰로 볼 수 있습니다만,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전삼은 상천걸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정인을 상천걸이 죽였기 때문에' 상천걸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타르는 블러드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블러드가 자신의 약혼녀(타르의 정인)을 죽였기 때문에' 블러드를 용서하지 못합니다.
이를 유사성 'B' 라 하겠습니다. 사실 이 유사성 'B' 만 가지고도 표절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타르와 블러드의 전투는 불심대사와 갈영풍의 전투를 연상시킵니다.
천독마족 갈영풍은 적양공과 빙백신공이라는 상극의 무공을 모두 취합니다. 전투에서 이 무공을 사용한 갈영풍은 부작용으로 사망합니다.
블러드는 완성되지 않은 마법을 사용해 블러드를 죽입니다. 전투에서 이 마법을 사용한 블러드는 부작용으로 사망합니다.
이 상황을 살펴보면, 유사성 'A' 와 흡사한 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대비되는 인물의 대치인데, 전삼 - 타르, 상천걸 - 블러드의 관계가 갈영풍 - 블러드, 불심대사 - 타르의 관계로 바뀝니다.
이를 유사성 'C' 라 하겠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 마하테와 하트입니다.
마하테는 하트의 가족을 몰살시킴으로써 하트의 원수가 됩니다.
초립은 당풍원의 팔을 잘라 당풍원의 원수가 됩니다.
그런데 이게 전투 상황에서는 마하테 - 초립, 하트 - 당풍원에서 마하테 - 당풍원, 하트 - 초립의 상황이 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이죠?
예, 유사성 'A' 와 유사성 'C'에서 나온 관계의 변화입니다.
이를 유사성 'D' 라 하죠.
마하테의 기술은 마인드 플라잉 스워드. 천 개의 화살과 천 개의 마음을 날려 전 방향에서 적을 공격하는 기술입니다.
당풍원의 기술은 만천화우. 다들 아시다시피 수천 개의 암기를 날려 전 방향에서 적을 공격하는 기술입니다.
하트는 마하테의 기술을 버텨냅니다.
초립은 당풍원의 기술을 피해냅니다.
당풍원은 자신의 기술에 의해 사망합니다.
하트는 자신의 기술에 의해 사망합니다.
이를 유사성 'E' 라 하겠습니다.
1316번 글에 달린 아자씨님의 댓글을 보면 대사의 유사성도 있다고 합니다.(전 인과 관계 중점으로 파악해서 대사의 유사성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만, 이 역시 유사한 점이 있다면 유사성 F' 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클리셰지만 위의 의혹들과 겹쳐져 표절 의혹이 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 인물에 의해 원한관계를 가진 절대자들이 모인다는 점인데, 이를 유사성 'G' 라 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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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표절이라는 심증을 굳힌 상태입니다. 물론 의도하지 않은 표절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래 전에 절대무존을 읽었다면 그 기억이 남아서 골드엠퍼러를 쓰는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적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정도로 유사하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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