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영도
작품명 : 에솔릴의 드래곤
출판사 : 네이버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
이영도는 '드래곤 라자'에서부터 폭력을 희화화시키는 폭력적인 작태를 반복해왔다.
샌슨과 후치 사이의 폭력은 매우 웃기게 표현되고 있다.
각설하고 '에소릴의 드래곤'에서 강자의 도덕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보자.
더스번은 성녀로 지목된 소녀를 성소에서 강간했다고 거짓말을 침으로서, 이 소녀를 종교로부터 풀어준다. 물론 소녀는 종교에 얽메여 살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묘사된다. 그 사실에 분개해 더스번은 소녀를 종교로부터 해방시켰다.
이것으로 좋은 일일까.
소녀가 종교에 걸려들게 된 건, 소녀의 아버지가 가난해서 소녀를 팔았기 때문이었다. 이로 미루어 소녀에겐 재산 한 푼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그녀를 그대로 세상 밖에, 선택의 자유의 이름으로 내던지는 것은 폭력이다. 더스번은 소녀에게 세상의 무서움을 가르치지 않았고, 하다못해 돈 한 푼 주지 않았다.
오늘날의 지배계급은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 돈이라는 유일한 선택을 강요하면서 아무 것도 제공하지 않은 채 이른바 '자유 경쟁'에 내몰고 있다. 사람들의 역량이 다른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작중의 더스번 또한 그런 짓을 했다.
이런 시각은 사슴인간과 늑대인간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더스번은 사슴인간을 매도했다. 그러나 사슴인간이 늑대인간을 따라가기를 거부한 것은, 통제할 수 없는 보름달의 시간에 자신은 태생적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태생적 약자에 대한 경멸이 더스번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더스번은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겠지만, 그 노력은 태어나면서부터 좋은 근성을 길러주고 제때 필요한 걸 줄 수 있었던 부모라는 태생적 한계에 기원한 것이다. 인간의 성격은 생후 11개월 이전에 80%가 결정된다. 강한 경쟁력이라는 토양은 가족간의 경쟁과 협동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많은 바 이를 가졌다면 더스번은 더욱 유리했을 것이다. 더스번이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다. 더스번 또한 아무 것도 없는 갓난아기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지배 계급은 태생적 한계조차 자신의 능력으로 여긴다. 태생적 한계는 당연히 지배 계급에 가깝게 태어날수록 유리하다. 늑대인간은 늑대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사슴인간을 잡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에 늑대인간은 월장석을 선택해서 자신을 언제든 늑대인간으로 변신시킬 수 있도록 만든다. 사슴인간과의 사랑이 아니라 강함을 선택한 것이다. 인간성이 아니라 차가운 물질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지배계급이 무엇을 할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국가가 국민을 책임진 건, 국가 지도자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이윤을 뽑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기업조차 책임지지 않으면서 이윤만 뽑고 있다.
늑대인간과 더스번의 결합. 더스번이라는 가면을 쓰고, 늑대인간이라는 추악한 질서를 드러낸 것이다.
이영도는 한없이 폭력적이고 냉혹한 글을 썼다.
Commen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