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고전으로 회자되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 사무라이'란 영화가 있다. 일빠니 뭐니 일본에 대한 편견을 걷어치우고 보면, 3시간? 정도의 긴 런닝타임은 영화를 보는데 아무런 제약이 안 될 정도로 수작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가 50년대 영화라는데,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묘사들이나, 내러티브의 효과들이 오늘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반복, 재 설정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영화의 주된 주제는 몰락할 사무라이 계급과 농민 계급 사이의 연대 또는 그들이 처한 실존이다. 마적에게 시달리던 농민들은 어느날 그들과 맞써 싸울 사무라이를 고용하기 위해서 쌀 한 항아리를 가지고 번화가로 떠난다. 그들이 사무라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란 쌀밥밖에 없다는 것이다. 쌀을 들고 번화가로 떠난 그들은, 그들을 도울 협의의? 사무라이 7명을 구하게 되고, 여러가지 악조건을, 특히 여기서 구로사와의 탁월한 연출력에 놀라게 된다. 그 악조건이란 단순히 외적인게 아니라, 농민과 사무라이 계급의 내적 갈등이나 인물과의 상관관계로 풀어내는 것은, 정말 오늘날 봐도 이토록 뛰어난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리고 그 갈등을 넘어서 힘을 합쳐 마적을 퇴치하게 된다. 그 유명한 사무라이와 마을을 형상화한 깃발과 희생된 사무라이를 기리기 위해 무덤에 꽂힌 검들을 잡는 구로사와의 마지막 씬은, 몇년 전에 봤음에도 잊지 못할 정도로 영화사에 기리남을 훌륭샷이라고 생각한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다른 연대기 작품들도 모두 볼만 하지만, 7인의 사무라이가 딱 그의 필모그래피의 정점이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필자가 무협과 연계해서 영감을 받은 부분은, 7인 사무라이에서 나오는 그 7인의 사무라이에 대한 구로사와의 무한한 애정이다. 캐릭터의 기본 설정이나, 연기 모두 탁월하고, 그것을 갈등이나 문제의식으로 풀어내는 구로사와의 솜씨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뻑갔다는 말로 대신하기에도 부족하다(스필버그는 필자가 꼽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다)실제로 이 영화는 황야의 7인이라는 웨스턴 영화도 반복되기도 하였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구도 자체가 무협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고, 몰락한 사무라이 계급과 수탈당하는 농민이라는 주제는, 정확히 무협에서 반복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7인의 사무라이 같은 활극액션이라는 장르가 당시에 유행했었는데, 중국의 제 1세대 영화 감독들도 무협 세계에 기반한 이런 영화들을 찍은 일이 있었다. 너무 오래되서 필름을 구할 수 없지만, 여하튼 당시에 무협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활극으로 소급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7인의 사무라이는 명백히 이 계열의 영화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거 같다.
활극에 대해서 잠깐 말하자면, 작년에 개봉한 놈놈놈도 그런 활극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틀은 미국의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빌려왔지만, 마적떼와 만주라는 공간을 다룬 국내 영화들의 계보만 봐도, 활극의 주효 무대가 되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활극에서 무엇을 다루든, 중요한건 활극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가지는 매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활극은 엄연히 무협과 연관지어서 생각할 여지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7인의 협객' 또는 '7인의 대협'이라는 제목으로 무협에서 다시 반복할 여지는 없는걸까?
PS 무협에 관한 잡지는 없는 겁니까? 작은 분량이라도 충분히 잡지를 만들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문피아에서 내는 잡지는 없는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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