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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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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ether
작성
08.02.04 06:05
조회
2,888

작가명 : 카렌 두베

작품명 : 폭우

출판사 : 책세상

잠을 잘못 자 요상 맞은 시간에 일어나니 적은 비평입니다.;;;;;;

폭우

시작부터 말하자면 이 소설은 굉장히 불쾌한 소설이다. 이미지 적으로 사람의 기분을 이만큼 망쳐 놓는 소설은 그리 많지 않다. 차라리 드러내놓고 잔인하고 역겨운 소설이 낫지, 이건 정말 긁어도 시원하지 않은 답답함을 함유하고 있는 불쾌함이다. 이 소설을 처음 알았던 때는 군대의 독서 관련 인트라넷 사이트의 누군가의 서평에서였다. 사실 그 당시에는 책의 몇몇 내용만 알고 있었고 정작 중요한 책 제목을 몰랐었다. 책을 산 이후에 이 책이 그때 그 서평의 책 임을 알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서평의 딱 한 대사가 책의 내용과 똑 같았기 때문이다. 바로 ‘바나나에선 아기 토사물 냄새가 나.’ 라는 대사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기초적인 물질은 바로 물과 비이다. 원제인 ‘비의 소설’ 이라는 제목 그대로 시작부터 끝까지 폭우가 내리며 사람의 기분을 끝도 없는 늪으로 가라앉게 만든다. 바로 레온과 마르티나의집 바로 뒤편의 늪처럼 말이다.

  전직 권투선수 출신의 뒷골목 포주인 피츠너에게 10만 마르크의 선금을 받고 자서전을 써 주기로 한 삼류 작가 레온은, 얼마 전 결혼한 자신의 아내 마르티나와 함께 동독의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기로 한다. 하지만 이사를 한 그날 발견한 불어 터져 죽은 여성의 시체처럼 그들의 앞날은 어딘가 음침하고 불쾌하며 버려진 오물처럼 퇴폐한 끼가 드리우고 있었다. 와중에 자동차 퓨즈하나 갈 줄 모르는 남자 레온이 가지고 있는 무력에 대한 비굴함이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폭식으로 해소하는 여성 마르티나가 가지고 있는 허영과 이타성은 점점 커져만 간다. 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 글은 진행되어지지 않자, 포주 하리는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며 레온을 압박해 온다. 레온의 문제는 더 이상 하리에게 써 주기로 한 자서전만이 아니었다. 집안은 점점 부식되어 가고, 집은 늪 밑바닥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하며 어디선가 나타나는 끈적이는 수만 마리의 달팽이 때들은 초록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갉아 먹으며 주변을 초토화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유혹하는 이웃의 뚱뚱한 여성 이사도라나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 시체 역시 마찬가지다. 레온과 포주 그리고 레온의 친구인 하리와의 언젠가 무너져 버릴 둑과 같은, 이제 절개해야 할 피부와도 같은 그런 불안감, 폭력 앞에 너무도 쉽게 무너지는 우정이나, 성욕과 지배욕, 그리고 숨이었던 잔혹함은 글의 종반을 넘어가서 극을 이루고 있다.

결말에 가서 모든 것은 무너지고 덮어지며, 부패되어 가는 그들에게 구원은 비이며 늪이다. 비와 흙은 태초의 구성물이며 늪은 그 모든 것을 함유 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티나가 아닌 풍요와 모성의 상징인 풍만한 이사도라의 품에 안겨 늪에 가라앉은 레온이 구원과 평안을 느끼는 것은 현대가 가지고 있는 여성의 외모 까지도 탐욕과 허영의 본성임을 뜻하기도 하다. 물론 ‘폭우’는 인간의 근본 죄악과 폭력, 허영을 드러내는 글로 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보다 작가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타성, 본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본다.

폭우가 지나가고 난 후에 해변가에 드러난 부패한 동물의 시체에 다가가지 못하며 아이들을 붙잡고 말리는 아내나, 잔인하게 살해된 동물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사내아이들. 그리고 그 어떠한 의미가 없음에도 나무 판지로 시체를 뱃속을 확인하는 남편의 이상스러운 본능은 이 글 가지고 있는 냉철한 통찰력을 확인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표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남성에 대한 분노가 글에서 심심치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의 허영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그보다 더 한 것은 엘리스 워커나 마가렛 애트우드처럼 폭력에 의한 여성의 차별이나 지배의식을 고발한 것이 아닌, 작가 밑바닥에서부터 가지고 있는 남성의 근본 자체에 대한 반발적이고 거부적인 반응이다. 어쩌면 그건 작가 스스로가 어떠한 경험에서 터득하고 판단된 것이라 더욱더 독특하고 생생히 느껴지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하여간 불쾌한 이 소설을 끝가지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늪처럼 빠져들게 하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나 욕하고 싶을 정도의 원초적이고 노골적인 심리와 감정표현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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