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보통 무협은 고대의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동아시아의 철학과 풍습 그리고 역사를 어는 정도는 관통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리하자면 단순한 관련 개론서 한, 두권으로는 어림도 없을 뿐아니라 관련 서적과 원서등을 두루 연구 해야 하죠. 대부분의 작가분들이 전업이 아닌 일종의 부업으로 작가를 하시고 계시는 현실에서 그토록 가혹한 일종의 노가다(?)를 강요할수는 없겠습니다.
또한 주 대여점 고객 연령의 취향으로 작품의 향방이 바뀌는 현재의 상황에서 정확한 역사, 사회, 풍습의 고증에 힘쓰기 보다는 그들의 취향을 허용하는 한도에서 좋은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차라리 바람직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도 비평가도 아니지만 한국적 무협이란 최소한 한국인이라는 역사의식이나 상식에 의해 판타지가 깨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녕성'이라는 용어는 시대도 문제지만 '사고치지 말고 있어라'는 뜻이므로 만주인(만주족, 혈통적 이념적 고구려 발해인)에게는 치욕적인 용어라고 봅니다. 수백 년 전에 나온 명칭이라도 새 영토라는 의미의 '신강', 서쪽의 장족이라는 '서장'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무협을 본다면 위구르인이나 티벳인에게 더이상 판타지일 수 없는 것처럼...
'중화민족'이란 개념뿐 아니라 단어 자체가 20세기 초 양계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중국사의 대부분이 이민족에 의한 침략 및 지배사인만큼 중원과 갈등하지 않으며 쓸 수 있는 한국무협의 시대적 배경은 겨우 명나라 시대 정도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니 한국 무협작가는 명대 정도의 지식만 알면 충분한 거고 그건 필요 최소한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신무협이라는 획을 그은 좌백이나 그의 세트메뉴 진산의 접근방법이 더욱 훌륭하다고 봅니다. 이들의 작품은 쓸데없는 시대적, 지리적 지식의 나열 같은 것 없이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그러니 독자도 고증 따위의 딴 생각할 겨를없이 처음부터 일관하여 작품에 몰입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용납하고 합리화하는 것이 만사는 아닙니다. '장르 문학에서 뭐 그런 것 따지느냐' 여겨버리면 장르 문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겁니다. 저는 사실 이 비평 글을 읽고 상당히 고무적인 기분을 느꼈습니다. 강한 비난이나 지뢰 찾기가 상당 부분 억제된 비평란에서 이런 비평이야말로 긍정적으로 여기며 장려해야 할 글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요녕성이라는 단어가 역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면 쓰지 않아야 하겠죠. 작가나 독자가 전에는 몰랐던 이런 정보를 접했을 때 바로잡는 것이 옳은 방향인 것이 아닙니까?
오랜만에 보는 대단한 비평입니다.나태하고 성의 없는 작가들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나온 무협지의 대부분이 달마나 제갈공명에 언급할때 무조건 천년전의 인물로 묘사되든 시절도 있었습니다.현시점이 언제인지도 밝히지 않고 그냥 천년전이면 만사 오케이였든거 같습니다.
용대운의 탈명검을 처음보고 임무정의 행로를 고지도를 찿아서 따라 가보았든 적이 있었는데 임무정의 북해도착지가 이륵호리산의 물회곡인데 지금의 흑룡강성 북서단에 위치한걸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바이갈호에서 크게 멀지 않은것을 보니 바이갈호 근처를 흔히 무협에서 자주나오는 북해로 묘사한것 같았았는데 문제는 바이갈호 근처에는 극광이 없다는 것이지요.탈명검에서의 극광은 상당히 중요시 여겨지는게 임무정의 탈출에 있어서의 종착지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였지요.
무협에서 역사와 접목을 시키려면 철저한 고증과 사전조사를 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아니면 역사와는 담을 쌓아서 별개로 무협만을 쓰는것이 작가로서의 기본자세가 아닐까합니다.
지명또한 무협에서 아주 많이 틀리는 부분이 아닐까합니다.무당이 있는 호북성은 청나라초기가 되어야 호남성이니 호북성이니 하는 말이 생겼고 그전에는 호남,호북과 광동,광서 일부를 통칭해서 호광성으로 불렸는데 대부분의 무협배경인 원말명초에는 호남,호북이란 말은 있었지만 호남성,호북성이란 말이 없었습니다.그런대도 대부분의 무협소설에서 호북성 무당파로 나옵니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한편의 글을 쓰기전에 며칠만 인터넷에 시간을 할애하면 대부분의 이러한 오류는 잡을수 있을텐데 그마저도 않는 작가가 너무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선물개미님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무협도 질이 높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자신의 글을 아끼고 조금만 더 치열하게 작문에 임한다면 모두가 사라질 오류인데 말이지요.
자색노을님,
곤륜의 지명은 춘추전국시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현재도 곤륜은 곤륜산의 이름만을 말하는 단일지명의 의미가 아닙니다. 원래는 청해지방에 살던 민족들을 가르키는 말이고 거기서 한대에 중앙아시아 지역이 알려지며 옥의 산지에 산의 이름이 붙어 곤륜산맥이라는 지명이 유래 되었지요.
또다른, 지금의 인니반도나 베트남 지역에 살던 흑인들과 그들이 가져온 사물을 가르켜 곤륜노, 곤륜선, 곤약(곤륜약)등이라 부른데서 유래가 된 다른갈래가 있기는 하지만요.
예전에 김정률님의 소설 -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근미래시대의 한국인이 과거중원으로 차원이동한 소설인데, 거기서 천산에서 양주까지 한달만에 - 그것도 돈도 없고 통역기계 달랑 하나 있는 상태에서 - 주파한 거 보고 바로 책 접었던 때가 생각나네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 뫼시절에는 출판사 사무실에서 선배작가들에게 단련되면서 수많은 습작을 썼다가 지우면서 힘들게 작품을 출간했는데, 요즘은 습작을 인터넷에 연재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댓글 옹호를 받으면서 습작을 출간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작가분들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책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것 같아요. 뭐 그런 가벼운 책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옛날 독자 하나가 울분을 토한다고 해서 대여점체제가 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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