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쾌도난마
작품명 : 구환
출판사 : 대원씨아이
쾌도난마. '잘 드는 칼로 헝클어져 뒤엉킨 삼 가닥을 단번에 잘라 버린다'는 뜻이다. 제목에서 보면 무척이나 호쾌하고 속도감 있는 진행이 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2권에서 느꼈던 단점이 3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너무 느릿느릿하다는 거다.
3권 이야기는 양옥환과 만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들녀석 연애담 약간하고. 이게 다다. 그 두툼한 분량으로 소화한 것이 겨우 사이드 스토리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동인으로 제시한 장가상단의 발전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에게 큰 의미가 있는 사건도 아니고, 그저 별 것 아닌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는 한정 없이 잡아먹는다.
이야기 늘어지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비□도라는 소설이 있다. 비뢰□의 경우는 정상적인 스토리에 마치 배율 높은 돋보기를 갖다 댄 것처럼 이야기가 주욱 늘어나고 지나치게 상세해져서 그렇다. 반면 쾌도난마의 경우는 없어도 될 군더더기까지 전부 찾아서 갖다붙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늘어진다.
사실 의미없이 마구 늘리기 하는 식은 아니다. 분명 이야기는 잘 쓰고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에서 군살 다 빼고 핵심적인 내용만 진행해도 충분하다. 의미있고 중요한 에피소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심혈을 기울여 쓰되, 지나쳐가는 에피소드는 적절한 분량으로 스피디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템포 조절이고, 속도 조절이며, 작가가 행하는 작품의 조율이라는 녀석 아닐까.
2권에서도 3권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도대체 이러다가 몇권에서 완결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히로인인 듯한 군주는 딱 한 컷 등장하고 끝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내가 사소하다 여기는 그 이야기들이 이 작품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그 이야기들은 정말로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들이며, 독자에게도 주인공에게도 별다른 의미가 없어보이며, 게다가 영양가도 없다.
잘 쓴 글이긴 하다. 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만 잘 쓰면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문단' 단위로, '챕터' 단위로, '권' 단위로, 궁극적으로는 '작품 전체'를 생각하며 글을 써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쾌도난마라는 작품 전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과연 이번 3권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완결 전에는 알 수 없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 정도 분량을 투입하여 속도감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아주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긴 한데, 홍규가 눈물 글썽거린다는 묘사는 너무나 거슬렸다. 나름 무림의 최고수 중 하나이고, 명망도 있고, 나이도 쉰이나 된 강호인이 구박 좀 받았다고 눈물까지 글썽거린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나의 강호관은 외치고 있다 =_=). 열여섯 살 꿈많은 소녀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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