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인환
작품명 : 일진광풍
출판사 :
미리니름은 최대한 배제하려 하였지만, 글 작성에 필요한 정도의 내용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매우 객관적인 입장에서 쓴 글은 아닙니다. 저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감상임을 밝혀두며, 반론 및 이의제기는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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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차이일 것이다. 많은 이들의 추천이 있어서 빌려왔으나, 아쉽게도 나는 별다른 재미를 못느꼈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니 어쩔 수 없겠다. 선호하는 인물상이 아니라 그런지 공감이 안된다. 난 차라리 '나쁜귀족'의 전형 헬렌이 더 마음에 들었다.
거지꼴을 한 노인과 청년이 귀족가 영애 일행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부터가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태워달라고까지 하다니, 죽어도 싸다. 헬렌과 그 일행은 (싸가지는 엄청 없었지만) 어디까지나 그쪽 세계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귀족으로써 당연한 행동을 한 것이다. 반면 주인공은 자기 힘을 믿고 나댄 것이고. 서술자가 주인공편이니 그가 정당화될 뿐.
일진광풍에선 독창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특수한 일맥의 마지막 전수자인 주인공이 이계로 넘어가는 이야기는 많고도 많다. 넘어갔더니 마나밀도가 높아서 수련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건 고정레퍼토리.
위기때마다 튀어나오는 각성씬은... 요즘은 이런 소재 잘 안쓰지 않나 싶은데. '오오~! 멋지다!!' 가 아니라 그냥 갑작스럽다, 뜬금없다는 느낌이었다. 극적인 효과를 제대로 부여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각성의 포스를 느낀다기보단 그냥 폭주해서 날뛰는구나 정도의 느낌밖에 받을 수가 없었다.
히로인 디오테의 조형에는 신경을 좀 쓴 듯 하지만, 둘의 감정 묘사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디오테의 매력이 뭘까. (엄청나게) 이쁘다. 불쌍한 처지다. 외로워하니 부성본능을 좀 자극한다. 이정도... 근데 상황설정을 배제하고 보면 그냥 매우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그 아리따운 얼굴 가리고, 그녀를 노리는 황제 일 없던 걸로 치면 다른 소녀들과 별 차이를 못느끼겠다. 그녀만의 무언가를, 디오테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는 그런 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이스와 디오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세계 사람들은 현실을 알고, 다른 세계에서 온 카이스는 현실을 모른다.(몰랐다?) 그는 힘이 있고, 다른 이들은 없다. 그저 이 차이로 인해서 카이스는 디오테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
나라도 그정도 힘 있고 세상물정 모르면 디오테같은 초절정 미소녀에게는 간도 쓸개도 다 빼줄 수 있다. 두사람이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진하고 강렬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밋밋함만 느껴진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관계는 너무나 흔하기에 특별한 느낌이 없다.
결정적으로,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인데, 주인공의 어디에 공감해야 할지 모르겠다. 카이스의 매력은 뭘까. 뭔가 있겠지만... 분명 있겠지만... 난 하나도 꼽을 수가 없다.
쎄다는거? 나에겐 그건 장점으로 안보인다. 각성모드? 별로 안멋있더라. 강인한 의지? 사실 무극신공 때문이었을 뿐이지 의지와는 별 관계 없었다. 아무리 궁리해봐도 그는 약간 다혈질에 강한 힘을 소유한 보통 청년일 뿐이다. 카이스에게 정을 붙이려 해도 비빌 언덕이 없었다.
결국은 취향 문제로 귀결이 되는 거겠지만, 그래도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보여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때, 그걸 얼마나 효과적으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결과는 천지차이다.
일진광풍의 작가가 무얼 보여주고 싶은지는 대략 감이 온다. 하지만 그게 독자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지 못한다면, 결과는 실패일 뿐이다. 카이스가 좀 더 멋진 녀석이었다면, 디오테가 좀 더 매혹적인 소녀였다면, 전투와 각성씬이 좀 더 짜릿했다면... 등등...
이 '좀 더'는 단지 한 두 걸음의 차이일 뿐이지만 그게 사실 결정적인 것이다. 한 장면을 쓰더라도 심혈을 기울여서 '이건 정말 만인의 가슴을 울릴 명장면이야!!' 하고 자신할 수 있게 써야 하지 않을까.
일진광풍이 못썼다는 건 아니다.
그저 평범하다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5343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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