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많은분들이 지적하셨던거지만, 고렘님 글의 단점 중 하나로 과도한 작가적 개입을 들수있을겁니다. 이야기가 스스로를 이야기하지 못하다보니, 독자입장에선 일단 독서의 흐름에 파탄이 생기고, 작가가 나서서 조목조목 포인트를 짚어주니 이야기의 흐름을 미리 짐작하게 됩니다. 결말을 알게된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인데, 가만보니 전에 읽었던 추리소설이었다라는 격이죠. 늘 새로운 글을 쓴다는건 누구에게나 힘든일이고 사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다만 고렘님이 앞으로 스토리텔링자체에 좀더 집중한다면 독자들이 느끼는 불편한 익숙함은 좀 줄어들지않을까 싶네요.
전 작가적 개입보다는 중심 철학의 동일성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작가를 닮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허나 그렇다고해서 개성이 없는 글이 되는 것은 모순되는 말입니다.
고렘님 글들을 읽다보면 어느 주인공이든 강해진후 보여주는 모습이 비슷합니다. 목표가 없거나 설령 있더라도 목적의식이 없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면서 자기 정당화에는 당당하며 행동에는 거침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힘을 가진 일반인의 모습이랄까요.
그렇기에 독자들은 주인공에 공감하며 긍정하게 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만....
한 마디로 작가분이 무엇을 쓰시든, 끝에는 결국 비슷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언제나 같은 레퍼토리만 반복하는 글에 무슨 관심이 생기겠습니까?
과연 무엇을 그리기위해 쓰시는지, 확실한 논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흔히 이야기가 살아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야기가 살아있다는건 그 이야기가 단지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만 수렴되지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될 여지를 가지고있다는걸 말할겁니다. 마치 우리가 사는 인생 자체가 그런것처럼 말이죠. 고렘님의 글은 주제가 형식을 압도하다보니 이야기가 살아날 여지를 주지않습니다. 스토리텔링에 좀더 집중해보시라는 지적도 이런 측면에서 말씀드린건데, 물론 이게 단순히 글쓰는 스킬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단순히 글만 열심히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작가본인의 인생경험이나 사고의폭이 넓어져야 되는 문제죠. 기존에 가지고있던걸 이리저리 주물러봐야 결국 나오는건 익숙한 어떤것일 뿐이니까요. 고렘님의 처녀작이 워낙 성공적이었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그 틀안에 가둔 점도 없지 않겠지만, 지금 고렘님께는 과도한 비무행보다는 폐관수련의 시간이 필요하지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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