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방수윤
작품명 : 허부대공 3권
출판사 :
재밌으나 여전히 부운의 행동원리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설명이 나오긴 하는데 요약해보자면 '망상 속에서 은혜를 입었으니 현실에서 갚겠다'는 이야기나 다를 바 없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망상 속의 문후 때문에 살 수 있었다면 망상 속에서나 갚으라고 하고싶다. 덤덤한 얼굴로 무슨 얼빠진 듯한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건지..
내 생각엔 지나치게 부운과 거리를 두고 서술이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부운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 약간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상태다. 정신병이란 어휘가 갖고 있는 뉘앙스가 마음에 안든다면 '이상심리'라고 해두자.
이런 캐릭터를 다루는 타 소설의 경우, 서술방식은 크게 두가지가 아닐까. 극단적으로 거리를 떨어뜨려 독자는 관찰만 하게 하는 경우. 어차피 미친 녀석이니까 보고 느껴라 그게 진실이다 뭐 이런 타입. 또 하나는 극히 가까운 거리, 일반적으로는 '내부'에서부터 상세한 서술을 통해 이상심리의 메커니즘을 독자에게 이해시키는 타입.
허부대공은 이도저도 아니다. 주변인물들의 심경묘사와 대화를 통해 부운의 사상을 조명하고 있긴 하지만 매우 피상적이라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거리를 두고 독자 스스로 그의 행동에 대해 유추하고 숙고하게 만드는 서술도 아니다. 어중간하게 설명하지만, 부족하다.
무협 소설의 주인공 캐릭터인 이상 첫번째 방법은 무리다.(가능은 하지만 무협 이외의 뭔가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부운과 극단적으로 거리를 두고 서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부운의 심리를, 그의 기이할 정도로 심한 가족에의 집착을, 일반상식선에서 판단하는 독자들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해부해서 보여주는게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허부대공에서는 부운의 감정묘사를 배제하고 있다. 고고한 그의 이미지를 확립하려는 것인지, 이녀석은 도무지 감정표현도 없고, 서술에서도 전혀 그의 내부적인 심리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화 중에 문후에 대한 일화가 나오긴 하나, 그게 부운의 심장 속에서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고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건지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말로는 담담하게 서술해주는데, 머리통 속은 보여주는데, 그것 뿐이다. 부운의 심장은 어떻게 뛰는지, 그의 마음은 어찌 움직이는지... 그런 게 없다. 난 부운의 논리가 궁금한 게 아니라 부운의 심리가 궁금한 거다.
연쇄살인마를 변호하는데 '어렸을 때 불우해서' 한마디 해주고 대표적인 일화 한개 정도 보여주는 거랑 똑같은 불친절이다. 그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면 철저하게 그를 분석해서 배심원 앞에 늘어놓아야 한다. 그만큼 상식에서 떨어진 존재니까.
글이 길어졌는데, 하여간 재미는 있었다. 재밌는데도 짜증은 나고... 스토리는 무난하다. 그러려니 하는 부분에서 그러려니 풀려나간다. 크게 진행된 것도 없지만. 문후는 돌아오라 하고, 부운은 앙탈부리고. 군사가 중간에서 초를 쳐서 부운을 제거하고자 하고, 위험한 임무 맡고 끝.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이렇게 계속 나갈거라면 차라리 문후가 끝까지 부운의 마음을 외면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운도 자신이 가진 독특한 가족관에 대해 좀 돌아보고 재정립하는 시기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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