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산초
작품명 : 바람의 칼날 3권
출판사 :
파드가 공녀와 함께 따로 떨어져 나오면서 시작하는 3권이다.
시작하면서부터 눈에 밟혔던 것은 나열식 지식이다.
공녀 얼굴의 광택을 가린다며 진흙팩을 주는데,
공녀가 싫어하니까 진흙팩이 얼마나 좋은지를
머리 속에서 사전식으로 줄줄 늘어놓는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아 중에 머드팩의 장점에 대해서
줄줄이 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다. 있기는 있지만 흔하지 않다.
아마 피부미용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이일 것이다.
주인공이 잡다한 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거야
설정상 그렇다 치더라도 머드팩이니 비버니 수달이니..
좀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싶다.
백보 양보해서, 만물박사라 안다 치더라도 그런 잡상식은
서술 속에 자연스레 녹여놓는 것이 좋다.
주인공이 마치 사전 읽듯이 생각하는 모습, 정말 이건 아니다.
사소한거지만 중요한 거 또 하나. 높임말이 너무 이상하다.
작가분은 높임말 체계를 좀 더 파고들 필요가 있어보인다.
나도 배운지 한참 지나서 아리송송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인으로써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감각은 아직 있다.
「산산경, 밥상 좀 차려와라」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경'은 상대의 신분을 인정하고 높이는 말이다.
상대를 '경'을 붙여 높이려면 말도 높이던가
그렇지 않으면 경은 떼고 이름만 부르던가.
또 있다. 추적길드장인가 그놈하고 자작하고 이야기할 때.
길드장은 자작에게 단순히 '님'만 붙여줄 뿐 특별히
공경할 필요는 없다고 나온다. 나오긴 한다. -_- 그러나!
「자작님, 우린 저쪽을 찾아보겠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님'은 상대를 높이고 있는 거다. 거기에 왠 평대인가. -_-)+
"자작님, 저흰 저쪽을 찾아보겠습니다" 이렇게 하던가,
"산산 자작, 우리는 저쪽을 찾겠소" 이렇게 해야하는 거다.
현대어로 바꾸어보면 이런 뉘앙스가 되겠다.
「어머님, 밥 좀 차려와라」
「장인어른, 이것 좀 먹어보시오」
뭔가 이건.-_- 이런 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
작가분이 너무 생각없이 대화를 구성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의문점(?)이라고 해야하나, 신경쓰이는 것.
공녀에게 전달된 메시지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거다.
「메이노아의 조각들을 모아 그들을 부르라」
뭔가 겉보기엔 의미심장하긴 하다 -_-
근데 '메이노아'란 단어는 알 만한 인물은 다 알고 있더라.
메시지 속에 다른 의미가 있지도 않고....
이정도 뜻 갖고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 난리를 친건지
솔직히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있다.
그냥 '시작해라' 한마디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이 그들인지 뭔지를 불러야 할 시기고, 메이노아의 조각들이
그것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모아야 되는건 당연한 소리다.
단순히 신호 하나만 주면 될 정도의, 아무 의미도 없는 전언이다.
그 손가락 까딱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전언 때문에
공녀는 죽을둥 살둥 하게 된다.
너무 세세한걸 따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 문장이 무슨 의미일까, 어떤 영향을 줄까'를 생각하며
읽고 있었는데... [전혀 의미 없다]라는 결과 아닌가 지금은.-_-
파드가 너무 잘 싸우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
이세계에서 평소 보지도 못했고 단지 머리속의 지식만으로
배웠을 뿐인 비버인지 수달인지의 둥지를 찾는다고
헤매는 것도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처음 보는 드워프가 막말을 한다고 앞뒤 생각 않고 맞대응하고,
덤빈다고 그냥 두들겨 패는 것도 캐릭터와 좀 안맞아보였고.
그럭저럭.... 이라고 해야할까....
1,2권을 재미있게 본 것에 비해서 3권은 그냥 시큰둥했다.
앞에 써놓은 단점들 때문에 눈에 밟히는 게 많아서이기도 하고,
스토리 진행이 너무 흔한 부분도 있고.
결국은 내전의 와중에 영웅이 되고 신분상승도 하고
그런 스토리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얼마나 잘 버무려내느냐가 중요한 것이지만,
그래도 너무나 흔하디 흔한 플롯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118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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