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나
작품명 : 야차왕
출판사 : 파피루스
제 원고도 밀려있는 주제에 어찌 남의 글을 평하겠느냐 란 생각에
마감전엔 웬만해서 감상글을 쓰지 않는데, 오늘 야차왕 3권을 읽고
기대되는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되어 감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마감전에 신간을 읽는 게 아니었어...흑흑 ㅜ )
개인적으로 언제 다루어도 식상하지 않은 소재가 '삼국지' '서유기' '사신' 이 세가지에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려낼 것이 그만큼 많은 소재란 말이지요.
몇년전에 나온 '제천대성'이란 글에 대한 기억이 제법 좋았던고로 '야차왕'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은 손오공이 봉인되어있다가 무림의 세계에 부활하게 되는 설정자체가 매우 흥미로웠고, 석가여래를 나쁜놈으로 묘사한 것 또한 괜찮았습니다.
다만 석가여래가 나쁜놈이어야 할 당위성이 조금 아쉽습니다.
오공의 입장에서야 저를 봉인한 놈이니 때려죽여도 시원찮을게 당연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볼때 최종보스임이 분명해 보이는 석가여래에게 뭔가 구린 구석이 있어야만 주인공인 오공의 감정에 더욱 몰입하여 그를 응원할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지금으로서는 삼장을 지옥에 보내고 오공을 봉인시킨 것 외에는 뚜렷한 최종보스로서의 당위성이 보이지 않다고 할까요.
뜬구름 잡듯이 가장 세고 결국 싸워야 할 존재, 로 설정되어있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뒤에서 석가여래에 대한 것들이 하나 둘 밝혀지겠지만 3권까지 온 이상 조금은 더 석가여래에 대한 복선을 풀어놓는게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 오공의 행보에 긴장감이 너무 없습니다.
칠마왕을 다 때려잡은 현재까지 그의 앞길을 결정적으로 막은 존재가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물론 나타태자가 등장했고 천계의 존재들과 부동의 짱 석가여래가 버티고 있지만 나타는 3권 말미에나 등장했고 여래는 그야말로 아직은 먼 하늘밖의 존재. 3권까지의 행보에서 오공의 가장 강한 맞수가 될걸로 생각했던 칠마왕들은 너무 가볍게 셧 아웃. 아마도 가나님께서는 칠마왕을 오공이 힘을 회복하는 주춧돌로 삼고 후에 천신들과의 싸움을 본 스테이지로 생각하셨던 것 같지만, 칠마왕을 잡기까지의 분량이 무려 3권이나 된다면 그 안에서 긴장감을 유지시켜줄 호적수가 꼭 필요했다고 보입니다. 예컨데 설봉님의 작품은 주인공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어 어느 한순간도 눈을 떼기가 힘들죠. 야차왕 3권까지에는 이런 긴장감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합니다.
또 전생의 인연들이 하나 둘 개봉되었는데요.
팔계 부분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팔계가 전생에서 이어온 전언을 전하고 다시 기억을 상실해 현재의 모습으로 오공을 뒤쫓는다, 이건 식상하지도 않고 오공입장에서나 독자입장에서나 매우 신선한 소스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님이 된 오정의 행보가 궁금하고 또 백룡과 은호, 소청이 얽힌 로맨스 라인은 이제껏 보아왔던 그대로의 것 정도로밖에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작 중에서의 로맨스 라인은 긴장감있고 신선하게 그려내지 못하면 없는것만 못하게 작품의 생기를 빼버리기도 합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소청과 오공의 운명적 러브스토리로 가기보다는 오공이 현재 기억을 잃은 상태이고, 또 천년의 시간이 흐른 뒤이기 때문에 로맨스 라인 안에서 새로운 긴장요소들을 넣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인 소망입니다만 은호랑 이루어지는게 재밌을 것 같더군요, 저는.
문체나 단어사용에 있어서는 그다지 막히는 부분없이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이 야차왕의 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 정말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기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체나 단어에서 걸리는 것 없이 쉽게 읽히더라도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이나 주제의식까지 너무 쉽게 읽혀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은 4권부터 천신들과의 대립이 되면서 긴장감이 생기면 해결될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야차왕의 진짜 재미는 4권부터일거 같다... 가 제 추측입니다.
어떻게 쓰다보니 비평글 처럼 되버렸지만, 이 글은 결국 야차왕 한번 읽어보라 는 게 결론입니다.
3권까지 쉬는듯한 마음으로 깡총깡총 달려왔다면 4권부터는 한호흡한호흡 긴장하며 묵직하게 걸어갈 오공의 행보를 기대하겠습니다.
가나님, 그럼 건필하십시오^^
* 文pia돌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11-1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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