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비우
작품명 : 고대산전기
출판사 : 정규연재
고대산 전기에 대한 짧은 비평과 조회 수에 대한 소회.
안녕하십니까? 저 역시, 최담천이란 이름으로 군웅천하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어떤 특정인이나 특정작품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을 갖고 있거나, 선입견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무협소설이, 수준 높은 독자들의 서가에서도 자랑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거듭 읽히는 책으로 발전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이하 존칭은 생략하겠으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이건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흔히 소설을 말할 때, 소설이란 인생(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소설 작법을 강의할 때, (초반에) 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1. “왕이 죽었다. 그리고 왕비가 죽었다.”(평가) 이것은 이야기이다.
2. “왕이 죽었다. 그리고 왕비가 죽었다. 그것은 슬픔 때문이었다.”
(평가)이것은 소설이다.
3. “왕이 죽었다. 그러자 왕을 사랑한 왕비는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따라죽고 말았다.”
(평가)이것은 훌륭한 소설이다. 라고 흔히 예를 들고 있다.
<죽음의 원인이 되어버린 사랑! 수많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이야기의 재료이자 주제의 뿌리가 될 수도 있는 단어가 아닌가.>
자, 그렇다면, 이야기와 소설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차이는 오직 하나다. 즉, 이야기 안에 인과관계가 나타나있는 것은 소설이고 인과관계가 생략된 것은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상적인 상태의 인간은 모든 행동에 원인이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제,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이 소설의 원칙을 ‘고대산 전기‘에 대입해보자.
고대산 전기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한 편이었다. 그 아버지는 대학자였다.(그러나 평자의 눈으로 볼 때는, 그 아버지가 학자라는 근거가 전혀 제시되어있지 않다.)
겨우 제시되어있다는 것은, 일곱 명의 제자가 있어서 늘 배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한 두 차례 방문할 뿐이다.
그런데, 학자로 설명되어진 걸로 기억되고 있다. 자,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아이의 아버지는 스승을 초빙해서 아이를 맡긴다. 그러자 아이는 아주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체격도 훌륭하게 변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스승을 초빙했다는 것 외에는 건강해질 수 있는 원인이 아무것도 제시되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건강해졌다는 결과만 설명되어지고 있다.
본문을 좀 살펴보자.
“......(생략) 사람의 도리를 잊지 말거라.”
“......(생략) 약속드리겠습니다.”
이 대화는 강호로 나가겠다는 아들(주인공)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버지가 하는 당부이다.
“......(생략) 사람의 도리란, 하늘의 이치를 쫓는 것이다.”
“......(생략)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약속해라.”
“......(생략) 명심하겠습니다.”
결국, 아버지와 헤어진 주인공은 길을 떠난다. 그러던 중, 표물을 운반하는 표국 사람들과 동행을 하게 되는데, 혈명단이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는) 비적을 만난다.
그들이 공격을 해오자 주인공이 한 주먹에 말과 사람을 통째로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10기 이상이 당하고 난 다음에, 혈명단에서도 놀라서 주인공과 대화가 오고 가게 되는데, 주인공이 그들에게 말한다.
“......(생략) 쟁자수와 마차 안의 아이, 그리고 부녀자를 제외해놓고 싸우라.”
“......(생략) 표물을 놓고 싸움을 벌이던지 하시오.”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친절하게도 비강호인은 모두 빼라는 뜻이라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자 악당이 사과를 한다. 즉, 비강호인을 빼지 않고 공격한 부분에 대한 사과를 한다.
주인공은 그 사과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생략) 그리고 혈명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겠다. 소문이란 역시 믿을 것이 못된다.”라고
흔히 소설 등, 장문의 문학 작품을 평가할 때, 한 꾸러미의 계란을 검사할 때, 전부 다 깨볼 필요가 없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작품을 시간 들여 읽을 만 한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어 다 읽지 않았음을 밝힌다.
그런데, 내가 제시하고자 하는 문제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문제 1. 소설은 서술과 묘사로 이루어진다 :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묘사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문제 2. 더욱 중요한 것은 소설의 기본원칙인 인과관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즉,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무협 이야기라는 말이다.
문제 3. 주인공은 아버지를 무시하고 속이는 사람이거나, 작가가 스스로와 독자를 속이는 사람이라는 것이 성립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왜 그러할까? 아버지가 학자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와의 약속, 사람의 도리, 성인의 가르침, 하늘의 이치, 이 모든 것은 불의를 미워하고 선을 권하라고 한다.
더구나, 아홉 개의 달을 쓸 수 있다고 설명되어져 있는 주인공이 대단한 고수인 것 같은데 아이와 여자의 목숨만 중요한 것인가?
더구나, 문제의 본질은 그들의 목적이 남의 물건을 강탈하는데 있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사람은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 집단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에게 있어서 사람 목숨은 얻고자 하는 물건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뜻을 유추해낼 수 있다.
이런 집단에 대해서, 소문이란 것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하고 그들을 나쁘게 생각해온 것을 다시 재고해봐야겠다고 말한다.
자, 이 주인공이 강호에 나가서 제자를 얻었다고 하자. 아니, 제자가 아닌 누구라도 좋다.
1. 약속을 지켜라.
2.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라.
3. 불의를 멸하고 정의를 지켜라.
4. 약자를 돕고 악인을 응징하라.
5. 하늘의 도리, 사람의 도리를 지켜라.
라고 말한다면, 이 자는 웃기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 것이다. 즉 어떤 주제로도 쓰기 어려운 진행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조회 수에 의해 작품이 평가받는 현실에 대해 비애를 느끼는 사람이다.
우리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김용이 외국, 그것도 무림의 주 무대인 중화권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오늘 바로, 우리의 인터넷을 통해서 독자와 대면하게 되었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고대산 전기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칠등만세]라는 작품을 권해드리고 싶다.
다로라는 필명으로 <고담덕>이라는 작품을 낸 사람이 쓰고 있는 글이다.
고담덕을 볼 경우, 아주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탄탄한 문장을 보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잘 드러나 있는 인과관계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작가의 대단한 입심(바라지도 않고 그런 일은 없겠지만, 한강에 빠져죽어도 틀림없이 삼 천 갑자 정도 썩지 않을 대단한 입심)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칠등만세는 그 작품보다 작품성이나 이야기 구조에서 한발 더 나아간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또 하나 추천하자면, 차라리 고대산 전기와 조회 수를 다투고 있는 [수수림]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오르지 않고 있지만, 쟁선계를 쓴 이재일이라는 작가를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 작품을 더 추천한다면, (그 분의 모든 작품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설봉의 ‘남해삽십육검’은 완성도나 구조에서 김용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글을 올리고 있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당부 드린다.
작가정신을 갖고 스스로에게 소설을 쓸 것인가, 이야기를 쓸 것인가를 묻고 고민해주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협지라고 부른다면, 할 말이 없지만 장르 문학, 무협 소설이라고 부르는 분들만이라도 소설만을 써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끝으로, 운영자에게 건의하고자 한다.
일정한 수준을 갖춘 다수 평론진을 구성하여 작품성은 뛰어나나 조회 수에서 죽을 쑤고 있는 작품들을(예를 들자면, 별 표시[별 다섯 개 등의 방법으로]) 소개해주었으면 어떨까?
혹은, 상위 조회 수의 작품들만이라도 서로 별 같은 것으로 완성도에 점수를 부가하여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이 건의가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두서없는 글 예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 최담천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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