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10대인데도(이제 곧 이십줄에 들겠지만)양산형 싫어합니다. 재미가 없어서. :-)
각설하고, 본론.
양산형 자체는 괜찮습니다. 작가도 돈 벌겠다고 쓰고, 대여점도 사 주고, 출판사도 돈 벌고, 독자도 즐거워하고 얼마나 좋나요.
독자 수준이야 별 거 아니죠. 어떤 사람은 셰익스피어 읽고 또 어떤 사람은 귀여니 읽을 겁니다. 어차피 양산형 쓰겠다고 작정한 글쟁이면 작품 수준은 신경쓰지 않잖아요. 팔리는 소재 넣어서 출판시키면 돈 버는 거 아닙니까. 딩가 딩가.
저는 잿빛날개님 결론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 우리나라 판타지 주 소비층이 10대에서 끽해야 20대인데 독자 수준이 확 올라가기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무슨 분별력 있는 구매를 합니까? 다들 자기 좋은 걸 고르기 마련이죠.
우리나라 에스에프 팬덤이야 워낙 벽이 높고 한주먹이어서 고수준 독자층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판타지 팬덤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통신망을 탄 1세대 판소부터 지금까지 남녀노소 관심을 갖기 쉬웠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 판타지는 이미 라이트노블형 시장이 되었는데 어떻게 독자가 바뀌기를 기대하나요. 독자 수준이란 게 무조건 잘 될까요?
가끔 문피아 게시판에서도 이런 말 심심찮게 보죠?
'어차피 장르문학인데 거기서 문학성을 왜 찾나요?'
'어차피 판타지잖아요?'
'어차피 판타지인데...'
어차피 판타지!!!!!
젠장. 이 찌질한 발언에 진짜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 옵니다. 보르헤스는 바보라서 판타지를 썼고 세상 모든 문인들이 그를 추앙한답니까? 에픽 판타지 메인스트림은 물론이고 영화, 음악 등 다른 분야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톨킨은 어떤가요? 요즘 순문학의 대안 작가로 떠오르는 박민규씨 작품들은 순문학인가요, 판타지인가요? 시 문단의 새바람인 '미래파' 시인들은요? 히밤바.
어차피 장르라는 게 편리를 위해 나눈 겁니다. 분류에 불과한 거라고요.
그런데도 아예 루저 의식이 박혀 있는 독자들도 버젓이 있네요. 자위의식인지는 몰라도 이런 사람들 작품성은 신경 안써요. 주인공이 꽝꽝 때려부수고 하렘 건설해서 대리만족하면 그만이죠.
이미 독자층은 양분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이것은 해결할 방도를 모르겠군요. 그리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것 같거니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다 자기 좋은 글을 보는 겁니다. 문제는 양산형 소비층이 너무 비대해서 개념작이 다 묻혀버린다는 거죠.
출판사가 바뀐다? 어이쿠. 이것도 불가능하죠.
출판사는 영리단체입니다. 돈 벌어야 산다고요. 한 메이저 출판사는 아예 추천수 선작수 조회수 보고 뽑지 글 내용은 신경도 안 쓴답디다. 책에 오탈자 그대로 나오는 거 보면 모르나요? 편집자란 게 제 기능 못합니다. 어차피 내용은 신경도 안쓴다고요, 왜냐? 돈 버는게 문제니까요.
이게 출판사 입장에선 절대 잘못된 것도 아니고 바뀔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출판사는 돈 벌어야 살지요. 출판사 프라이드고 뭐고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보내버리고 돈 벌어야 산다니까요.
이 작품 저 작품 골라 출판하라고 강요하면 대신 돈 줄 겁니까?
아니잖아요.
사실 외국에서도 이른바 양산 판소 잘 나옵니다. 우리나라에 좋은 글만 번역되어서 그렇죠.
그런데 외국은 이미 기반이 탄탄합니다. 그들은 원래 판타지와 함께해 왔어요. 형성된 팬덤 자체가 수준이 높고 거대한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뒷받침도 잘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클라리스 워크숍이라고 에스에프 작가 양성 프로그램 코스가 있습니다. 저 유명한 천재작가 테드 창이 여기서 배출되었죠.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내세울 게 황금드래곤문학상. 그 정도밖에 없죠? 게다가 고정된 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불안하죠.
걸음마 단계라는 말입니다.
이미 토론마당에서도 지겹도록 거론된 문제고, 여러 분들이 박터지게 싸웠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네요. 어느 한 곳을 잘라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연관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굉장히 난해한 문제죠.
어차피 이 문제는 깨끗한 결론이 나올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대충 불만스럽게 씨부린다면 이 정도밖에 나오지 않겠네요.
(위에 글 다 필요없이 요것만 보셔도 됩니다 'ㅂ')b)
1. 이른바 양산형 작가님들, 자기 작품에 프라이드 좀 가지세요. 출판사가 출판하자고 달려들 때 한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이게 과연 남에게 돈받고 팔 만한 글인가?'
이게 프라이드죠. 글쟁이 자존심.
돈 버는 것도 짭짤하시겠지만 상품성을 위해 작품성을 시궁창에 박아버리지는 마시고, 두 가지 다 추구하세요. 그거 힘든 줄 압니다. (저도 그거 좀 해보려고 무진장 힘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글쓰기 재밌잖아요? 적어도 나 이러이러한 책 냈어요! 하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작가님이 되십시다.
2. 글 좀 읽으신다는 독자님들, 개념작 읽으신다는 독자님들, 작품 좀 많이 비평하세요. 장르문학의 위기이고 어쩌고 하시다가 막상 까자면 주춤주춤... 뭡니까? 뭐가 그렇게 겁나요?
무조건 싸고도는 독자가 좋은 독자가 아닙니다. 글은 까야 제 맛. 까야지 좋은 글도 나온단 말입니다.
좋은 독자가 좋은 글을 만들어요. 렛츠 킥!
3. 좋은 작품이다 싶으면 좀 사 주세요. 영혼의 물고기고 옥스타칼니스고 다 묻혀버린 이유가 무엇이에요? 안 팔려서잖아요.
예술도 굶어서는 못 해요. 좋은 작가가 좋은 예술하게 좀 지갑 좀 여세요. 영화 한편이면 책 한권 사잖아요. 그만큼 좋은 글이라면 사도 괜찮잖아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쇼 미 더 머니.
기반도 한순간에 생기는 게 아니죠. 좀 시간이 지나야 땅도 굳어지잖아요. 지금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전 동의 안합니다. 이거 노력해야 할 문제야요. 지금 우리 팬덤은 제자리 걸음이 아니라 퇴보하고 있습니다.
쓰다 보니 그냥 잡글이네요. 감히 장르총론이라고 올려도 될 지 모르겠슴다. 사실 잿빛날개님의 글에 리플 달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이렇게 따로 적었네요. 제 글에 맘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인조이 유어 라이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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