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권오단
작품명 : 목풍아
출판사 : 청어람
목풍아를 처음 접하고 느낀 감상은
프로작가의 현란한 필력이었습니다.
한문학에 조예가 깊은데다 사고의 품격이 느껴지는 문장력은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또 무당의 혹세무민을 대번 끝장내는 등 줄거리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하게 되더군요.
글을 읽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랄까.
그런데 마지막권에 가서 드러나는 아이러니.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갔더니
아버지 왈
"너는 원래 배달민족이다."
소설 내내 중국인으로서 명나라 황제에게 충성하고
중국 백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애쓰다가
느닷없이 배달민족이라고 결론을 지으니 허무하더군요.
누구 말마따나 원수와 열심히 싸워 끝장 내려는 찰나 뜬금없이
"내가 네 애비다."
하고 말하는 식입니다.
처음부터 배달민족이라고 했으면 물론 소설전개가 완전히 틀려 졌겠지요.
그런데 왜 뒤늦게 배달민족을 들고 나왔을까요.
아마도 작가의 마음 속에 한국문학에 대한 갈등이 뒤늦게 표출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즉 배달민족을 대상으로 한 소설 말입니다. 한국문학이란 반드시 또 필연적으로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나와야만 합니다.
고로 요즘 나오는 무협소설의 태반은 한국인이 쓴 중국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어느 분이 '호위무사'가 중국에서 출판된다고 하니
"망신스럽다."고 말한 곡절과 일맥상통합니다.
고로 뒤늦게나마 배달민족을 들고 나온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작품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기왕에 배달민족이라고 밝혀 졌으면
조국을 잊은 그간의 행위에 대해 참회와 갈등의 시간을 가진 후 조선으로 건너 가 조국에 헌신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이 무난한 종국이었을텐데
서둘러 이야기를 끝내느라 소설이 설익고 말았습니다.
주인공 목풍아가 여전히 명나라에 남아 영락제를 비롯 3명의 명 황제와 황실을 위해 수호자 역할을 하는 마무리는 참으로 어색하더군요.
목풍마는 근래에 보기드문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소설입니다.
하지만 소설 전반의 주제로 치국평천하를 표방하다 말미에 가서 민족주의로 회귀하는 등 우왕좌왕 하는 바람에 탈선하고 만 아까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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