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박빙
출판사 : 북박스
간혹 들어와 이곳에서 놀다보면 기호에 안맞는 글에 대한 평가도 자주 접하게 된다. 간혹 개인적으로 저평가하고 있는 글에 대해 추천를 하며 찬사을 보내는 글도 보게 되지만 사람이 다양함에 그에 따른 평가도 다양함을 모를 나이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지나치곤 한다. 그러나 당치않은 혹평을 보냄이 타당하지 않듯이 당치 않은 호평을 받는 것도 적절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 글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전해본다.
'컬트'라는 말이 붙고 '인간성에 대한 상당한 고찰'이라는 평가를 보며 약간의 기대를 담고 읽었었다.
개인적인 평가를 하자면 이글은 내가 가진 소설이라는 관점에 '각하'의 수준이다. 아마츄어라는 느낌의 기발한 농담이라고 밖에 보질 못하겠다. 발끈할 분들이 필시 있는 듯 싶어 인물.사건.배경의 3요소를 들어 이 글의 기각사유를 말하고자 한다.
배경
대략 명과 원의 교체기 쯤으로 잡은 듯하다. 안일한 발상이란 말이 우선 먼저 나왔다. <무협소설>하면 명나라시기 라는 느낌이 일반화 되어가는 이시점에 또 다시 원명교체기란다. 그런 듯 했다.
빼앗긴 강북.
강북의 무림인들은 게릴라전으로 적들 이계인들에게 대항하고 있고 강남에서는 세력을 모아 적에 대항하고자 한다.
이런 황당한 설정을 어느정도 독자에게 납득이라도 시키려면 상당한 현실성을 가지던가 현실적인 인과를 통해 납득시키던가 아니면 그에 준하는 노력이라도 보여야하는데 전혀 그러함이 보이질 않는다. 세상은 소수라 할수 있는 무림인들만의 세계이고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무림과 관의 경계를 말한다. 명이라는 국가성립 초기. 대략 봐서는 오년 안팍으로 보인다. 국가관직의 권위를 인정할수 있을까? 원은 강북에서 이계인에게 무너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렇기에 명은 강북에서 방관하며 내치에 힘쏟았다는 듯한 어조. 어찌보면 그럴듯하다라는 느낌이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다. 농민봉기로 시작하여 불같이 일어난 결과가 명이라고 볼시에 강북의 한족에 대한 학살에 방관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전제를 뒤흔드는 행위이다. 이쯤에서 거의 생각을 멈췄다. '이거 그냥 생각나는데로 설정했네'라는 생각과 함께.
사건
드래곤이 땅을 분양했다. 마법진을 통해 이계인들은 명대 중국으로 들어와 분양된 땅을 또 차지하기 위해서 싸움을 벌인다.
분양이라는 개념을 보자. 당사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 권리를 양도받는다는 계약이라는 관점이 기본적으로 설립되고 그에 의해 파생되는 여러 권리중에 토지권리가 가능하다. 뻔히 원주민이 있는 대지에 소유자를 임의로 드래곤이라 정하고 가격을 지불한다?
차라리 이공간게이트의 사용로지불이라면 모를까 분양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권리를 인정한다?
또 그에 대한 권리획득 방법으로 원주민을 모조리 죽이고 그 땅에 정착한다?
어느 하나 실제적이지 않지 않나?
인물
주인공은 아이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떼를 쓸 나이의 꼬마아이의 정신적인 사고방식과 유사하다. 사회성의 결여, 이기적인 사고방식. 부모품안의 어린아이가 하는 행동에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아이린이라는 이계인에 대한 감정을 보면 그렇다. 사랑이라 말하며 장난감과 같이 대하는 주인공은 기분이 틀어지면 마구 부수길 좋아하는 미운 네살의 모습을 보인다.
제법 재밌는 성격이긴 하지만 호감을 가질 수 없다. 천사같은 아이도 미운나이라며 부모도 짜증내는 모습을 애써보이는 주인공에 호감을 느낀다면 박애주의자라 하겠다.
그에 불과하다면 모르겠지만 가끔씩 아이가 어른의 얼굴을 하고 언제는 배려도 하고 사색도 하는 듯하다. 왠지 일관성 없는 성격을 보이는 주인공을 보며 글과 나와의 거리가 멀어지고만 있었다.
종합해보면 별로 숙고한 기색도 없는 시대적 배경과 대략 생각나는데로 설정한 사건, 그리고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을 가지고 소설이라는 한 편을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를 보며 당최 개인적으로 이해할수가 없었다.
읽은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가장 기본적인 소설이라는 골격을 유지하지 못하는데 무슨 평가?"라는 것이었다.
장르소설이니 이해간다, 어차피 환상문학이니 그럴 수 있다라고 하는 분들 많은 듯하다. 그 논리로 따지면 귀여니 소설이나 시집도 새로운 문예사조로 받아들여야 할 듯 싶다.
* 무판돌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6-20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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