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무협소설을 읽어오면서 마환이라고 하면 기억나는 게 금강의 절대지존입니다. 절대지존에 등장하는 지존마환은 정말이지 주인공의 모든 매력을 상징하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이계의 마환은 인간계의 마환보다도 쓸모가 없어 보입니다. 냉정하게 내린 평가입니다.
일단 무림성의 존재 자체가 얼핏 이해가 안가더군요. 선계와 마계에서도 경외시한다면 그야말로 천외천. 무림성의 모든 진전을 이어 받는 자 만마를 다스린다는 것은 단편적인 설명일 것입니다. 3줄 문장을 요약하면 무림성의 성주 되는 자, 인간계는 물론 선계와 마계를 다스릴 수 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무릇 하나의 계를 다스린다는 것은 그에 속한 '수장'도 함께인 것으로 압니다. 이야기 속에 귀왕과 마왕이 나오지만 그 위에 대마황이 있더군요. 이 대마황도 무림성의 성주를 피할 도리가 없겠죠. 이렇게 무림성 가칭 마환의 이야긴 처음부터 굉장한 먼치킨적 요소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다음에 소년이 우는 대목에서요. 도망 안친다고 하는데 표현이 다소 어색하더군요. 그 상황에서 도망 쳐야 한다는 노복의 말에 국어 수업하듯 도망 안친다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안가! 못가! 하는 식으로 발악하여 사태를 점점 긴장감 느끼게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역시 담장 너머의 흐느낌 또한 무슨 연극 무대의 세트를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두 가지는 뭐, 작은 문제니 넘어가도록 하죠.
이번엔 그 동안의 세월에 대한 설명인데 독자의 이해를 바라기엔 두리뭉실한 점이 있습니다. 일단 주인공과 노복은 정체 모를 괴한에 의해 집안이 멸문지화된 것을 보고 도망을 쳤습니다. 이게 첫 페이지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한 두 페이지 넘어가면 주인공이 반실신 상태로 묘사되며 종복은 그런 상황에서 폐허 속을 뒤져 유골을 수습했다고 말합니다. 상식적으로 유골을 수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감안해 본다면 그 살벌한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묘를 썼을 테고 괴한과의 만남을 피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아무튼(참, 이 아무튼이란 말은 굉장히 비논리적인 말인데 즐겨 사용하시더군요) 도망치자는 사람이 유골을 수습해 묘를 썼다고 하니 괴한과 맞부닥치는 것도 시간 문제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괴한이 나타났고 종복은 주인공을 대신히 죽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서장이 상당히 허술하고 시간상 괴리가 엿보이며 문맥상 난마처럼 얽혀 있습니다. 뭐, 이것도 넘어가도록 하죠. 당면의 과제가 남아 있으니까요.
당면의 과제란 뭐냐. 주인공의 복수심입니다. 어릴 적 멸문지화를 두 눈으로 보며 와신상담의 기질을 보이던 아이가 훌쩍 21살의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느긋합니다. 더불어 이유를 알 길 없이 25살이 되기 전 복수가 미뤄지게 됩니다.(그러나 참으로 간단하게 해소되죠) 외할머니는 무림인이었으나(황보세가의 안주인이고 역시 이유를 알 길 없이 세가에서 나오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중의 복선을 암시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너무 뻔한 설정입니다)주화입마에 들었습니다. 자, 부모와 종복이 일찍 죽었으니 25살까지 복수를 미루라는 말은 이 외할머니에게 듣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외할머니 자신은 주인공에게 멸문지화의 이야길 듣고 성급히 굴다 주화입마에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주인공의 무공 연마를 더더욱 독려해야 옳습니다. 그렇지 않을 거라면 애초부터 복수를 포기할 것을 종용하고 평범하게 살도록 권유했어야 합니다. 하기에 산삼 같은, 더욱이 사람 형상의 산삼이라면 주인공에게 강제로라도 먹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어쩐지 마당 놀이로 흘러갑니다. 할머니 먹어, 아이구 내 새끼...같은 패턴이랄까요. 으쓱. 첫 페이지의 비장감과 을씨년스럼은 삽시에 사라졌고 남은 건 요새 유행하는 모드입니다. 아무리 우리 나라 사람들이 냄비이고 닭대가리 근성에 조삼모사한다지만 불과 몇 페이지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애매모호한 진술과 설명에 머리를 긁적이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벙어리 삼룡이 후예일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을...쿨럭...어쨌든 주인공과 마환의 첫 만남은 어쩐지 김부장이 간다를 생각케 하는 데가 있어 웃었습니다, 실실.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어 흑도횐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나오는데 마왕의 부하가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려하는 게 이상하더군요. 그리고 어지간하면 1권까지는 읽으려고 했는데 여기서 멈추어 유감입니다.
문피아가 비평란을 잠시 허용했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신경을 쓰지 않고 부대적인 것에 조바심을 낸다면 굳이 비평란 자체가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질적, 양적의 불균형 비는 갈수록 차이 져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파괴적인 현상을 그냥 바라만 볼 것인가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이러다 이야기 바다가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궁극의 변신이 그거였던가? 갸웃...
1. 박단야
데굴데굴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먼저 글에 대한 비평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좀 아쉬운 점은 중간에서 접지 마시고 1권 끝까지 읽으시고 비평해 주셨다면 더 좋았을 걸,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글을 쓴 저로서도 데굴데굴님의 비평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조목조목 따져서 시금석으로 삼겠습니다.
데굴데굴님, 거듭 감사드립니다.
2. 무판돌쇠
[공지]에 밝혔지만, [비평요청] 카테고리 글에 응해 비평을 해주실 때는, '댓글'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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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밝아도 그대로 있을 경우, 부득이 제가 옮겨놓겠습니다.
옮겨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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