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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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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칼도
작성
06.08.07 22:10
조회
2,065

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이곳에 연재되거나 되었던 것들을 포함해 국산 무협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들의 필력을 웅변해주는 표현들이라 생각해 적어 놓은 것들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물론 특색없이 단순 명료한 표현들만으로도 이야기를 잘 꾸려나가는 작가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배워두고 외워둘 만한 표현들이라 생각해, 굳이 이곳에 올린다.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당해도 불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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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기대서 한 가지 묻겠소'

'기댄다'를 이렇게 쓸 수도 있다. 작품과 인물의 진중함이 콱 느껴진다

'그리고 미친 듯한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산이 울고 있었다. 땅이 몸서리치고 있었다'

산자락에 면한 한적한 관도에 거쎄게 내리꽃히는 장대같은 비를 인물의 심정에 연결지어 이렇게 묘사할 수도 있다. 쉬운게 아니다

'눈도 많이 내리지 않고 그저 춥기만 한 황량한 겨울이다'

겨울의 황량함을 전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생생한 표현!

'다쳐서 불 받은 놈 성미 건드려서 나발 불게 하지 말고'

등장인물 가운데 한명이 이 정도 언변을 구사하면 그 작품의 언어적 완성도는 충분할게 뻔하다

'대낮의 올빼미처럼 눈치가 없는', '비맞은 한지처럼 축 처진 어깨'

일상 대화에도 쓰면 왕재치있다고 칭찬받고 부러움을 살 수 있다

'비가 내리고 갠 하늘은 이렇듯 화창하니, 흐린 하늘은 쉽게 잊혀지는 구나'

인간의 기본적 성벽을 콕 짚어낸다

'심장이 모래밭을 구르는 것 같은'

심정의 고통이든 말그대로 신체적 가슴의 고통이든 실감나게 하는 묘사이다

'이 무성한 개차반'

성질 더럽고 고약한, 굴러먹을대로 굴러먹은 험상굳은 몸집과 얼굴의 건달이 연상되지않는가? 기막힌 형용이다  

'주인의 기분도 모르고 밥달라고 짖어대는 강아치처럼 입이 싼'

강아지 안키워봤다고 느낌이 없어서는 안된다

'하늘은  텅 빈 채로 빙판처럼 맑고 시리게 눈 앞으로 다가왔다'

쌀쌀한 겨울날 적막한 관도를 홀로 걷다가 문득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이렇게 느끼는 주인공이라면 뭔가 내면이 있어 보이지 않는가  

'화로에 올려놓은 소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

같은 뜻의 고사성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작가가 한국인들을 위해 쓰는 소설이라면 그 고사성어는 가능한 한 이 정도의 한글 표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Comment ' 14

  • 작성자
    Lv.1 모루장이
    작성일
    06.08.07 22:33
    No. 1

    일상 생활에서 저정도 묘사를 넣어 대화를 시도하면 바로 미친놈 소리 듣기 십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북극대성
    작성일
    06.08.07 23:39
    No. 2

    무원님에게
    바로 밑에 장르작품의 질적향상을 운운하시는 분이 댓글은 정말 무개념하게 달아놓았군요. 욕이 저절로 나옵니다. 좋은 의도로 올려놓은 훌륭한 본문글에 이게 뭔 황당한 댓글입니까? 칼도님에게 이런 식으로 빗대어 욕한 것에 대해서 분명히 사과해야 할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서비
    작성일
    06.08.07 23:57
    No. 3

    지금보고 있는 책에서 찾아보니 몇개 나오는 군요.

    '한여름에 폐병걸려 콜록거리다 뒈질 놈.'
    개방거지가 이 정도 욕은 써야..

    '어린아이 음식 먹듯 손을 뻗다.'
    고수의 간결한 손놀림은 하수가 볼 때 생각없이 내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해가 산봉우리를 통채로 삼키다.'
    해가 산봉우리에 걸려있다의 업그레이드 판..

    '동전굴리기에 지치다, 동전의 귀가 닳다.'
    이건 정말 어려운 표현입니다. 아실 분이 드문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을걸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모루장이
    작성일
    06.08.08 00:47
    No. 4

    북극대성님// 욕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것도 맞습니다만, 현실이기도 합니다. 좋은 묘사표현인 것은 맞습니다. 저 따위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묘사법이죠. 문피아에서 말 잘못했다가 낭패보시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댓글에 무개념하게, 아무런 생각없이 적었다고 보십니까? 저게 현실이라고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 말투가 거친점은 죄송합니다만, 저또한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라비
    작성일
    06.08.08 01:12
    No. 5

    '동전굴리기'...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

    함양박씨 열녀전 원문 번역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과부의 긴긴 밤을 한편으로는 해학적으로, 한편으로는 감상적으로 묘사했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추억 떠오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

    칼도님의 명문씨리즈도 의미심장하게 보긴했는데, 첫번째 문장은 느낌이 잘 안옵니다. 전후상황을 좀 알 수 있을런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wildelf
    작성일
    06.08.08 02:04
    No. 6

    저도 첫부분은 잘 모르겠군요
    그리고 동전굴리기 알려주세요
    뭔 뜻인지.....궁금해서 잠이 안올듯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칼도
    작성일
    06.08.08 02:45
    No. 7

    문맥을 다 적어놓았으면 좋았을텐데, 게을러서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상대의 의중을 짚어내면서 중요한 것을 알아내려 하는 상황에서 진중하면서도 자신만만한 성격의 주인공이 쓰기에 딱 좋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댄다'와 '묻겠소'에서 상대방이 한 말에서 실마리와 꼬투리를 잡아서 지긋이 다그치는 분위기를 느꼈지요. 뭐,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라비
    작성일
    06.08.08 02:48
    No. 8

    제 설명이 부족했군요... ^^;

    연암 박지원의 '함양박씨열녀전'에 보면 동전굴리기에 관해 나옵니다. 예전에 작성했던 발표문이 다른 컴에 있어 제가 번역한 내용을 보여드리지는 못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동전굴리기에 관한 부분만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
    옛날 어떤 형제가 높은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어는 사람의 벼슬길을 막으려고 하면서 그 어머니에게 의논드렸다. 그 어머니가

    "무슨 잘못이 있기에 그의 벼슬길을 막느냐?"

    하고 묻자 그 아들이,

    "그의 선조에 과부가 있었는데 바깥 여론이 몹시 시끄럽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규방에서 일어난 일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아들이

    "풍문(風聞)으로 들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어머니가 말하였다.

    "바람은 소리만 나지 형태가 없다. 눈으로 살펴도 보이지 않고 손으로 잡아도 얻을 수가 없다. 공중에서 일어나 만물을 흔들리게 하니 어찌 이따위 형편없는 일을 가지고 남을 흔들리게 한단 말이냐? 게다가 너희들도 과부의 자식이니, 과부의 지식으로서 어찌 과부를 논할 수 있겠느냐? 잠깐만 기다려라. 내가 너희들에게 보여줄 게 있다."

    어머니가 품속에서 동전 한 닢을 꺼내 보이면서 물었다.

    " 이 돈에 윤곽이 있느냐? "

    "없습니다"

    "그럼 글자는 있느냐?"

    "글자도 없습니다"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이게 바로 네 어미가 죽음을 참게 한 부적이다. 내가 이 돈을 십 년 동안이나 문질러서 다 닳아 없어진 거다. 사람의 혈기는 음양에 뿌리를 두고, 정욕은 혈기에 심어졌으며 사상은 고독에서 살며 슬픔도 지극하단다. 그런데 혈기는 때를 따라 왕성한 즉 어찌 과부라고 해서 정욕이 없겠느냐?

    가물가물한 등잔불이 내 그림자를 조문하는 것처럼 고독한 밤에는 새벽도 더디 오더구나. 처마 끝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나 창가에 비치는 달이 흰빛을 흘리는 밤 나뭇잎 하나가 뜰에 흩날릴 때나 외기러기가 먼 하늘에서 우는 밤, 멀리서 닭 우는 소리도 없고 어린 종년은 코를 깊이 고는 밤, 가물가물 졸음도 오지 않는 그런 깊은 밤에 내가 누구에게 고충을 하소연하겠느냐? 내가 그때마다 이 동전을 꺼내어 굴리기 시작했단다.

    방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둥근 놈이 잘 달리다가도, 모퉁이를 만나면 그만 멈추었지. 그러면 내가 이놈을 찾아서 다시 굴렸는데, 밤마다 대여섯 번씩 굴리고 나면 하늘이 밝아지곤 했단다. 십 년 지나는 동안에 그 동전을 굴리는 숫자가 줄어들었고 다시 십 년 뒤에는 닷새 밤을 걸러 한 번 굴리게 되었지. 혈기가 이미 쇠약해진 뒤부터야 이 동전을 다시 굴리지 않게 되었단다. 그런 데도 이 동전을 열 겹이나 사서 이십 년 되는 오늘까지 간직한 까닭은 그 공을 잊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야. 가끔은 이 동전을 보면서 스스로 깨우치기도 한단다."

    이 말을 마치면서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껴안고 울었다. 군자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이야말로 '열녀'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라고 하였다. 아아 슬프다. 이처럼 괴롭게 절개를 지킨 과부들이 그 당시에 드러나지 않고 그 이름조차 인멸되어 후세에 전해지지 않은 까닭은 어째서인가? 과부가 절개를 지키는 것은 온 나라 누구 나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 번 죽지 않고서는 과부의 집에서 뛰어난 절개가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

    내용을 다시 음미해보니, 해학적이기보다는 슬픈 내용이네요. 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라비
    작성일
    06.08.08 02:52
    No. 9

    아... 칼도님의 설명을 보니 느낌이 옵니다. 야심한 시각에 주무시지 않고 친절한 답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헌데... 어째 댓글들의 흐름이 비평란과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저도 한 몫 했습니다만... ^^;)

    칼도님의 좋은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連雲岳
    작성일
    06.08.08 15:32
    No. 10

    좋은 표현에 좋은 댓글입니다. 칼도님과 라비님께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wildelf
    작성일
    06.08.08 19:16
    No. 11

    저도 칼도님과 라비님께 감사드립니다
    동전 굴리기가 그런 뜻이었군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불멸의망치
    작성일
    06.08.11 14:05
    No. 12

    난 무원님 말이 그냥 재미있는 농담으로 생각했는데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재미찾기
    작성일
    06.08.18 23:32
    No. 13

    크으... 좋은 문장들이네요.
    실생활에서 저정도 문장을 순간적으로 만들어 구사한다면...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라이락스
    작성일
    09.02.18 15:58
    No.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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