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주인공의 사랑이 공감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 사랑이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여주인공을 위해 희생하는 주인공의 사랑을 그리고자 했었죠. 그러나 희생이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포기하면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행위기에 독자들은 거기서 감동을 느끼게 되는 법입니다. 그러나 허부대공의 주인공은 일견 희생하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희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죠.
애초에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지 않았기에 그가 하는 행위는 희생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단지 공허한 자신의 내면을 채워줄 무언가로서 구소희에 대한 사랑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주인공이 구소희를 위해 희생하고 사랑하는것처럼 보이는 모든것은 실제로 보면 자신의 텅 빈 마음을 채우기위한 치료행위라 할 수 있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희생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감을 얻는거죠.
그러한 텅 빈 사랑을 받는 구소희입장이야말로 미치는거죠. 껍질뿐인 사랑을 받으니 진정한 애정이 생길리 없고, 그래도 무언가를 받는다는것은 확실하기에 마음의 빚은 늘어나는거죠. 사랑받는것이 오히려 고통스럽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볼때 허부대공은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치료일지였습니다.
순수소설(?)이나 예술성 있는 영화들 보면 불편한 사건이나 주인공이 많이 나옵니다.무존건 상대만 나쁜놈이 아니라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사건에서 일종의 부조리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사유하고 비판할수 있는 장치가 될수 있으니까요.그런데 허부대공은 장르소설에서 한끝차이로 그런 주제와 작품성을 가질 기회를 놓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허부대공은 작가님이 주인공의 잘못에 대해 변호만 안했으면 우정,동료애, 가족애로 포장된 집단 이기주의, 가족이기주의를 짚어내는 소설이 될수 도 있었다고 봅니다.
개인으로는 착하고 정의로운 인간이 가족이란 이름앞에 얼마나 이기적일수 있는가라는 현실을 보여줄수있는 내용이었지요.수많은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요.
또한 가족을 부조리와 타협하는 적극적인핑계로 삼는것이 아닌가라는 면까지 꼬집어 낼수도 있었습니다.가족애의 양면을 제대로 보여줄수 있었지요.대의나 정의가 소속집단의 이익과 충돌하는 일은 허다합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럴 때 집단의 이익을 선택하고 동료애나 가족애로 쉽게 합리화하지요.
사실 집단이기주의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 현실을 제대로 비꼴수 있었습니다.하지만 그 이기적인 행동을 작가님이 변호하고 합리화해주면서 이도저도 아니게되었다고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로는 맹주 살해 에피소드 때부터 뭔가 크게 삐걱 거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이 사건에서 맹주는 악당이 아닙니다.이런 악당이 아니라는 장치가 위의 주제를 방향으로 삼았으면 신의 한수가 되었을 수도 있는데 주인공의 암수를 합리화 미화 하면서 어긋나 버렸지요.
작품 전체적으로 소재뿐만 아니라 문장력도 출중하시고, 세계관도 그동안의 무협이 가지던 관과 무림간의 모순을 깰수 있는 세계관이어서 더 아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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