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여기엔 이공계전공자도 많이 있습니다.박사학위자도 많을 겁니다. 비평하시면서 너무 지식을 자랑하시는데, 그걸 알고도 즐기는 것이 판타지입니다. 적어도 주인공 내에 원소 모양을 필터링해서, 주인공이 지닌 지식 한도 내로 바꾸어주는 그런 것이 있다고 이해하고 보시면 되지 않나요?
물론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화학적 세계를 재미있게 만든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눈이 TEM급을 넘어서는 현미경이나 다름없다고 설정이 된 것 같은데, 이걸 딴지를 걸면 판타지의 설정이란 것이 무의미해집니다.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화학적 지식도 별볼일 없지만
솔직히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는건 초반부터 느낌이 왔죠.
다만 전개가 되면서 주인공 능력이 특별하기 때문에
납득이 되는 과정이 나올거라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는..
개연성을 따져보면 주인공이 처음 능력을 얻고
지하철에서 정전기 조종하는 장면에서
스스로 본인의 능력을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는것부터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정전기에 관여하는 분자(원자?잘 기억이 안나네요)가 눈에 보이고
임의로 조종까지 할 수 있다?
너무 엄청나게 황당할정도로 놀라운 일인데 주인공의 담담한 심경하며
그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에 대한 서술과정이나 개연성이 부족했다 싶네요..
이유는 뻔하죠. 작가도 생각이 없고 독자도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장르소설에 그런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은거죠.
외국 유수의 SF 소설들 같은 경우 마치 예언가처럼 미래에 이루어질 과학기술들을 먼저 상상하고 근거를 첨부해 서술되기도 합니다만... 국내 장르소설은 그 특수성 때문에 그런식의 수고를 들일만큼의 가성비가 좋지 않으니까요.
심지어 독자들조차 장르소설을 읽으면서 머리 아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애초에 여기 있는 다수의 독자들은 깊이 있고 성의있는 소설보다는 깊이는 얕더라도 재미있고 순간적인 쾌락을 주는 소설을 원한다는거죠.
만약 이종격투기 선수가 무협소설을 보고 말이 안된다며 비판한다면 어떤느낌일까요?
무협은 내공심법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내용이 전개되죠.
마법은?미궁은?회귀는? 하물며 연예계소설과 연애소설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화학전공식이 보이는 알약의 전제가 불편하다면 문피아에서 읽을수있는 소설이있을까 싶네요.
케미는 화학전공자를 위한 전문서적이 아닙니다.
판타지 소설이죠.
판타지 소설에서 육안으로 화학식이 보인다는건 말도안되서 보기 싫다면 뭘 볼수 있을까요?
문피아 안에서 어떤 소설이든 말씀해보세요.
지금 이글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방식으로 얼마든지 비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드라마 시그널을 보고 어떻게 과거로부터 통신이 옵니까? 제가 통신사를 다니는데
이건도저히 납득이 안되서 드라마에 도저히 몰입할수가 없어욧! 이러면 어떤가요?
이건 제대로된 판타지소설의 비평이아니죠.
화학전공자로써의 자존감을 채우기위한 글이지.
제가 아직 '케미'라는 글을 안 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기존에 있는 걸 오도하는 작품들은 그 사실 만으로 욕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말입니다. 이유는 당연히 '개연성 부족으로 인한 이해도/몰입감 저하'.
그걸 극복하고 좋은 작품이 되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개상 어쩔 수 없는 설정 오류를 안고 다른 부분들에서 개연성이나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 영화로 치면 '그래비티'가 이에 해당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아예 개연성은 포기하고 묘사의 생동감이나 극적 재미 자체만을 추구하는 것. '쥬라기 공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굳이 두 번째 설명을 붙인 건, 이게 '전공자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비평이 아니라는 겁니다. 손오공이 초사이어인이 되는 과정에 우리가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애초에 과학적 호기심 충족을 기대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학적 장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과학적 오류를 범했다? 그 오류를 아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판타지'라는 이유로 막 써도 되는 건 아닙니다. 아니, 그런 식으로 따지면 어차피 픽션인데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소설이라도 막 써도 됩니다. 그렇지만 설정 오류를 문제 삼는 건 그 자체가 언제나 작품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걸 다 알고도 보는 것이고, 재미를 위해 넘어가는 것뿐. 하지만 판타지도 그런 식의 오류를 극복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데, '판타지니까 설정 따지지마'라든지 '문피아니까 설득력이 떨어져도 괜찮아'라고 하면 그건 진짜 '정크푸드에 영양을 따지지 마' 수준의 비겁한 변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