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천천히 음료대로 걸어나갔다. 한걸음 한걸음 그가 걸을때마다 북극해에서 단련된 그의 강인한 육체가 서서히 꿈틀거렸다. 그것은 곰의 서식지라는 이름하에 북극이라는 우리에 갖혀져 조용히 지내고 있던 흉폭한 괴물이 다시금 자신의 야수성을 깨우며 마트로 나서는 모습과 같았다. 흉폭한 곰은 자신의 목마름을 식혀줄 수많은 캔콜라를 머금고 나서야 되돌아 올 것이었다. 당냄새가 났다.
왕은 천천히 걸어나왔다. 어둠 속에서 빛으로 잠겨든 왕을 볼 수 있었다. 보자마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궁궐 밖조차도 소리를 멈추었다. 다른 건 잊을 수 있었다. 잊어도 되었다. 하지만 피가 끓어 붉은 얼굴만은 잊을 수 없었다. 대칭되어 새하얀 눈의 흰자도. 왕은 아무 말로 하지 않았다. 주위를 한 번 둘러 보고, 뒤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 혹은 다가올 불행에 몸서리치는 탄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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