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추천글인지라 떨리긴 하지만, 삼국지 작품 중 입문하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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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과 조조의 전쟁에서 군량이 부족해 병사들의 사기 하락을 겪던 조조는, 일시적으로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의 보급관에게 누명을 씌워 죽입니다. 그리고 보급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병사들을 동원해 빠르게 원술을 격파해내죠.
이 작품은 바로 ‘만약 조조가 보급관을 죽이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현대인이었던 주인공은 당시 병에 걸려 조조의 손에 죽을 희생양으로 낙점된 보급관, 왕후가 되어 그의 기억과 삶을 이어받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마주하게 된 조조에게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전략을 짜내는데, 조조는 이를 흡족히 여기고 왕후의 계책을 ‘부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표현하며 그를 죽이는 것을 그만둡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조의 표현이 단순히 위기상황을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이 아니라, 거시적인 시야로 생각할 줄 안다는 칭찬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왕후의 재능을 알아본 조조가 그를 군사로 삼기 시작하며 왕후의 삶도 따라서 달라지게 됩니다.
아직 20화 정도가 나온 참이지만 그 내용 속에서 찾은 장점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글을 읽기가 쉽습니다.
보통 삼국지와 같은 역사 장르의 경우에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표현해내는 일이 어렵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다는 점도 있지만 조조나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처럼 이름이 알려진 주인공격 인물들을 표현하기에도 바빠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조 진영의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간략한 신상 설명과 더불어 생김새나 전투스타일 등 그 인물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맞춰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투묘사가 단순하지 않다는 점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인 왕후의 시점에서 그가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와 삼국지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며 따라가기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2. 인물들의 성격이 좋습니다.
평면적이라기보다는 입체적이고 인간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적들은 싸우기만 하는 기계가 아니고, 같은 조조의 휘하라도 주인공을 처음부터 신뢰하는 아군도 없습니다.
거기서 핀트가 조금 벗어난 소시오패스적인 조조의 면모를 보는 것도 좋았고요.
왕후가 재능을 펼칠 때마다 주변에서 조력해주는 인물들에 대한 조명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며 인간관계를 쌓아간다는 느낌을 줍니다. 주인공 또한 초반에는 소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주변 인물들에게 잘 대해주고 솔선수범하여 일에 나서니 인망을 얻게 되고, 작은 경험들이 쌓여 가진 재능을 꽃 피우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곽가와 관계를 쌓는 일에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3. 마지막으로 전쟁 묘사가 좋습니다.
전쟁은 단순히 싸움만으로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고조 유방이 소하를 일등공신에 올렸듯이 병사들의 먹을 것과 자재 전반을 책임지는 보급이나 공성에 필요한 요새, 작전을 수행할 길과 그것들을 실행해 옮길 병사들의 단합까지 모두 중요합니다.
싸운다 -> 이긴다 -> 인정받는다
정도의 레파토리에서 ‘준비한다’의 과정이 잘 추가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주인공의 계책을 실행하기 위해 병사들을 인솔하고 장군들을 이끌거나 야간 경비를 서 병사들의 피곤함을 잠시나마 달래고, 불필요한 살인을 지양하며 항복을 유도하는 등의 장면들도 괜찮았습니다.
물론 이 글이라고 해도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죠.
다른 인물들에 비해 모사들은 ‘모사’라고 일축해 평면화시킨 점이나 조조의 결단에 잔인하다며 현대인의 괴리를 보여주는 왕후의 모습은 인간적이다고 느껴질 수도, 답답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른 땅에 단비 내리듯 찾아낸 좋은 소설을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툰 글솜씨로 적은 추천글이지만 좋게 봐주시고 다들 즐감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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