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세대 판타지,
무협지와 함께 묶여 장르소설로 분류되기 전 시기 판타지의 팬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순수문학 취향에 가깝습니다.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작품들이 제가 보기엔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싸우자는 거 아닙니다.
제 취향을 먼저 밝힌 이유는
단지 이 소설과 코드가 맞을 분들을 가려내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볼 때 어스름달님은 순수문학에 가까운 판타지를 지향하시는 것 같습니다.
읽다 보면 사건이 상징하는 의미를 깨닫고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심오한 교훈이 숨겨져 있는 걸 찾아내고 감탄하게 됩니다.
특히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명대사들...
웬만한 순수문학 이상의 깨달음과 감동을 줍니다.
점점 매니악해지는 장르문학이 예전처럼 순수문학 쪽 독자까지 포용하기 위해선
어스름달님 같은 시도가 필요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왕녀의 외출은 어스름달 님의 장점이 극대화된 작품입니다.
틀에 박힌 회귀물이나 이계물? 뻔한 공식을 답습하지 않습니다.
정통 판타지면서 세계관도, 이야기 전개 방식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것입니다.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안 됩니다. 그런데 미리 떡밥이 뿌려져 있었다는 게 밝혀지니 지나치게 허황된 전개는 또 아닙니다.
전작인 루시엘은 진지하고 처절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작은 밝고 경쾌합니다.
글에 숨겨진 의도도 보다 가시적으로 드러나 단지 가벼운 글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여주인공의 1인칭시점이지만 남자분들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천방지축 터프한 면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섬세한 감성까지 지닌,
주인공 휘렌델이 참 매력적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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