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라호빈.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머리에는 챙이 넓은 카우보이 햇.
허리춤에는 탄띠와 낡아빠진 구식 싱글액션 리볼버.
등에는 레버액션 라이플과 펌프액션 샷건.
날카로운 톱니가 빼곡한 박차가 달린 가죽부츠.
곧잘 휘파람을 부는 입엔 쿠바산 시가가 물려 있고, 판초로 가려진 손은 언제든 허리춤에 꼽힌 리볼버를 빼들 준비가 되어 있죠.
발치에 회전초가 나뒹구는 황량한 사막이 어울리는 라호빈의 앞에는 게이트, 그리고 몬스터가 있습니다.
뭔가 이상한 조합 아니냐고요? 안심하세요. 당신은 정상입니다.
본 소설, ‘아카데미 카우보이가 되다’는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평범한 현대인이던 주인공이 보던 소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되는 주인공. 그리고 아카데미.
흔히 아카데미물이라고 불리는 소설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이라면 굉장히 익숙한 패턴입니다만 이 소설은 주인공에게 한 가지 요상한 패시브를 달아 독자가 느낄 권태감을 지워줍니다.
그 패시브란 바로 구닥다리 총기를 사용할 때에만 발동하는 버프. 심지어 우리가 흔히 아는 반자동, 자동화기를 사용할 시 디버프까지 걸리는. 이게 도통 도움이 되기는 하는지 의심이 되는 패시브입니다.
덕분에 주인공은 그야말로 서부극의 건맨이 되고 맙니다. 물론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요.
바햐흐로 2030년.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세상에서 웨스트 건맨이라니, 하다못해 그냥 총들고 싸우는 배그조차 이렇게 싸우라고 하면 욕부터 나오죠.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버프 아닌 버프를 최대한 활용하여 구닥다리 건맨으로, 그러면서도 멋진 한 사람의 카우보이가 되어 헌터 세계를 헤쳐나갑니다.
이 소설을 추천하게 된 계기. 정확히 말해 보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카우보이’라는 설정 단 하나 때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카우보이라는 소재는 저 어르신들부터 요즘의 어린 아이들까지, 아마 남자라면 나이가 많고 작은 것을 떠나 굉장히 수요가 많습니다.
멀게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강렬한 눈빛이 떠오르는 정통 서부극.
가깝게는 오버워치의 맥크리, 혹은 우주초갓겜 레드 데드 리뎀션이 그 예시겠죠.
필자가 이 소설에 흥미를 갖고, 읽고, 추천하게 된 이유 또한 요 최근 레데리2를 클리어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자는 왜 서부극에 빠져드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가 로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망. 어감만 들어도 굉장히 멋진 단어지만, 그 내면에는 생각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겉멋만 든, 합리적이지 못한.
본 소설의 주인공 라호빈은 딱 그런 인물입니다.
빔건이 버젓히 주류 개인화기가 된 세상에서 싱글 액션 리볼버 따위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나 썼을 법한 총을 들고,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며 몬스터를 도살하죠.
하지만 그렇기에 주인공에게는 로망이 있습니다. 로망이 있기에 이 주인공은 어딘가 남들과는 다릅니다. 힙스터지만, 힙하기만 한 게 아니라 힙스러운 배드애스 상남자입니다.
2030년대의 근미래 세계관에서 풍기는 화약과 시가 연기, 그리고 위스키의 향기가 선사하는 시대착오적 로망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소설. ‘아카데미 카우보이가 되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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