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공모전에 출품했고, 그때에도 다소 매니악한 분들 사이에서 꽤나 화자되던 작품입니다. 리메이크판 역시 다소 완화되긴 했어도 여전히 기본적으로는 매니악하지만 취향에 맞으면 이만한 걸작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터무니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강에 게이트. 여기까지 보면 헌터물 같은 것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더 가까운 것은 영화이자 장수 TV 시리즈로 유명한 스타게이트 SG-1 일겁니다. 물론 이런 비유는 적어도 80년대 생 이상이 되어야 이해할 수 있겠지요. 비교적 뒷 세대라면 엑스컴 같은 게임에서 조금 원시적인 외계인 세계로 침투작전 중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연결된 세계는 그야말로 중세 유럽 그 자체. 지명도 인명도 아예 그대로 중세 유럽이며, 기독교까지 그대로 믿어지고 있지만 차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짜 마법을 쓰고, 전자파를 수신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군은...... 현재 쓰인 곳 까지만이라면 일종의 관찰용 소규모 유닛을 파견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현실이 원래 그렇듯 시궁창인데 게이트가 좁아서 보급도 그다지 원활하지 않고, 기술 제한도 있는데 말은 안통하고, 번역기 데이터는 부족하고, 파견원은 먼치킨이 아닙니다.
그 둘이 만나 자신들의 사고관에 맞춰 그야말로 문명의 충돌과도 같은 현상을 하나하나 발생시킵니다. 중세 마인드의 판타지측은 악독한 타타르인 주술사들을 쓰러뜨려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올리려고 뛰어들고, 현대인들은 필요한 정보를 안전하게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야만인들이 상대라 좀 더 폭력적인 해결책을 택하게 됩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직접 보시는 것이 좋겠지요:)
장점을 말하자면
1. 지독한 리얼리티
판타지측의 인간들은 말투도 사고관도 중세마인드의 그것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신앙과 명예와 권력을 충실하게 따르는 귀족분들은 어느 정도는 평면화 되긴 했지만 그 평면성이 전개의 편의를 위한 평면성이 아니라 진짜 중세 인간이라서 평면화 된 케이스라 이질감이 없습니다.
한국군 측도 기술 수준에서는 큰 폭으로 앞서지만 인원도 보급도 나쁜 상황에서 어찌저찌 발악하면서 상식적인 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합니다. 윗분들이 좀 모자란 상태로 던져 넣은 것 까지 리얼하게 재현되는 상황은 그야말로의 현장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줍니다. 파견된 인원들은 너무 전문화 된 엘리트가 아니라 리얼하면서도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에 적합하게 개성적인, 한국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사람들입니다.
2. 리얼리티 자체가 가져오는 앞을 모르는 전개
주인공측에 대해 편의적인 전개가 반복되는 그런 구조는 없습니다. 지독한 리얼리티에 따라 거의 사고실험에 가깝게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판타지측의 인간들의 내부 사정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견인해 나갑니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판타지측 제후들은 이 침입자들을 어떻게 이용하려 할까요? 마법사라는 놈들이 등장하는데 이놈들은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능력을 사용할까요?
3. 문장력
문장 하나 하나의 품질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서도 유머가 섞여 소위 말하는 찰진 비유가 넘쳐나는 것이 문장 하나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고심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내용이 말 그대로 마구 시원한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저 문장들만 봐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결점도 있습니다.
1. 말 그대로의 사이다 전개 방식은 아니다.
아무래도 웹소설 독자들의 주류를 원하시는 분들이 찾을만한 글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오해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답답함에 힘들어하시는 경우나, 그저 명백한 악당들이 쓰러지고 주인공이 독식하는 구조의 소설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하기 힘듭니다. 특정 화에 따라서는 사고방식부터 답답한 중세 인간의 이야기를 그대로 다 봐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주인공 측이라 할 만한 한국군 쪽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인간 그 자체로 설정되어있으므로 천재 스타일의 주인공에 익숙하신 분들이 찾을 소설이 아닐 수가 있습니다.
2. 연재 속도가 느리다.
이건 기존 버전에도 발생하던 문제였습니다. 쓰시는 속도가 기본적으로 느린 편입니다. 품질을 보면 이해는 하지만 전개 속도도 떨어지는데 쓰는 속도도 느리다보니 웹소설로의 매력도가 조금 낮게 될 수 밖에 없지요. :(
그래도 이번에는 리메이크인데다가 플롯 정리가 끝났다고 하시니 좀 더 나은 속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모두를 위한 글은 아닙니다. '깊게 읽기'를 희망하시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취향에 맞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생각하기 싫은데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난관이 많거든요.
그래도 위에 장점에도 썼지만, 문장 자체만으로도 걸작입니다. 저는 원래 다소 매니악한 편인 글들은 대중에게도 같이 츄라이츄라이는 안하지만....... 그래도 한번 츄라이츄라이를 권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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