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민간인 #회빙환 아님 #먼치킨 아님
저에게 있어 최초의 무협은 군대에서 본 ‘영웅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ADSL이 시작될 무렵이라 지금같이 웹소설 사이트도 없고 오직 책만 있던 시절, 휴가때 반입한 퇴마록이니 쥬라기공원이니 또 읽고읽어 너덜너덜해질 무렵 육상 휴게실에 비치된 영웅문을 본 것이 무협물을 접하게 된 최초의 기억입니다.
...음...‘수호지’랑 ‘퇴마록’은 무협물로 치..진 않겠죠?
여튼, 그때야 활자 달린 건 소설부터 선데이서울까지 다 읽을 때라 진짜 별 생각없이 읽었지만 지금에 와서 위키같은 곳을 통해 영웅문-사조삼부곡의 스토리를 다시 보면 진짜 속이 터져서 당장 병원가야 할 그런 느낌입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덜하지만 무협의 큰 골자는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사연있는 주인공 - 기연으로 성장 - 미인을 만나 사랑 - 정사마 통일 요런 식으로 말이죠.
오늘 소개해 드리는 [필승 유 경리]는 그런 엄청난 사연도, 누구에게 원한이 있어 복수를 꿈꾸는 것도 아닌 모용세가의 외당에 소속된 수금원 무사가 주인공인 평탄한 전개의 무협물입니다.
주인공 유소록은 모용세가 외당의 하부에 소속된 경리(經理)로, 모용세가를 ‘갑’으로 친다면 병~정 정도의 위치에 소속해 있습니다.
모용세가가 위치한 금주에서도 사파인 광하파의 구역과 인근해 있는 하계 구역 보호비의 수금을 담당하는 주인공은 금전적인 문제로 사파 지역에서 지내왔으나 도덕적이고 협의 있는 행동으로 하계 지역의 사람들과 모용세가의 외당주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나이는 벌써 스물다섯이나 되었으나 무공의 발전은 삼류에서 막혀있고, 책을 많이 읽고 머리는 비상한 편이나 그 머리는 딱히 쓸곳이 없어 평범하게 수금하고, 한번씩 등장하는 타 지역 유입 왈패들을 때려잡으며 매일 매일을 보내던 주인공이지만 관리구역의 문제로 광하파와 모용세가가 갈등을 겪고, 광하파에서 모용세가에게 물을 먹일 목표로 주인공을 찍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갑니다.
저는 이 소설이 무협치고 너무 이상한 제목이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향리도 아니고 경리? 저 경리에 쓴 한자는 경리-총무-회계의 그 경리와 같은 한자인데 왠 경리??
그런데 내용은... 평탄합니다. 복수도 회귀도 빙의도 아닌 일반무협물에서 사연도 딱히 없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무협물이라.. 작년 내내 천마빙의먼치킨 물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다가 이런 무협물이 등장하게 된 것인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사이다 먼치킨 물을 기대하시는 분에게는 많이 취향 밖의 소설이겠지만 주인공이 훈련-기연을 통해 강해지기만 하는 것이 지겨워진 분이라면 색다른 느낌으로 보실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훈련-기연으로 강해지는거 싫어하는 분이 과연 계실까 싶습니다. 벌써부터 불안해지네요.
작가님은 본 작을 ‘록키’를 보고 쓰셨다고 합니다. 1화의 전개는 본인이 생각해도 록키같으니 문제있으면 말을 해달라...라고 하셨는데 록키의 전개가 저랬던가요? 제가 영화를 헛봤나 봅니다. 다시 봐야겠어요.
요즘 트렌드와는 상당히 엇나간, 느슨한 전개의 무협물 [필승 유 경리]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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