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물 #회귀물 #나치독일 #2차대전 #현대밀리터리
몇몇 굵직한 독일 대역물들이 완결된 이후,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일 대역물입니다. 단골로 나오는 소재들이라 슬슬 다시 이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꽤나 괜찮은 작품이 나와 소개하려 합니다.
2차대전 독일물은 전체적으로 전개 양상이 비슷비슷하긴 합니다. 이 작품도 실제 역사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주인공이 활약하는 그런 전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지요. 실제역사를 배경으로 두는 장르니까요.
그렇지만 이 작품에도 뚜렷한 특색은 분명 있습니다. 나치독일을 다루는 대역물들은 보통 개전 이전이나, 개전 초기를 시작점으로 잡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그래야 이런저런 빌드업도 하고, 나치정권도 몰아낼 수 있으니까요. 확실히 나치독일 배경인데 전쟁 중후반기에서 시작하는 2차대전 독일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히틀러 휘하 장성으로 시작하는 2차대전 독일물은 더 찾아보기 힘들지요.
이 작품, <독일군 원수가 회귀했다!>의 주인공은 독일 6군단을 지휘했던 중장 파울루스입니다. 나치독일 정권하에서 군단을 지휘하는 장성으로 복무...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그다지 깨끗하지 못한 주인공입니다.
게다가 그는 6군단의 스탈린공방전 패배에 대한 책임을 완강하게 부정하는 책을 집필하기까지 한 인물입니다. 으레 전범들이 그렇듯이 주인공 또한 과거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보다는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명예가 더 중요할 뿐.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뿐입니다. 전선의 독일군들을 이끌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자신의 지휘 때문에 전쟁에서 진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 나치독일이 벌인 반인륜적인 행위나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전쟁의 승패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런 갈망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군인은 죽음 직후, 회귀하게 됩니다. 1940년 12월 7일, 독소전쟁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으로.
직감하셨겠지만 이 작품은 기존의 독일 대역물들과는 궤를 조금 달리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휴머니즘으로 다른 나라의 사람을 보듬는 그런 정의로운 주인공은 없습니다. 정치란 전쟁을 원활하게 지속시켜줄 도구에 불과하고, 타국민은 점령지의 노동력에 불과합니다.
맞습니다. 이 소설은 철저하게 독소전에 촛점을 맞추고, 어떻게 해야 독일이 소련을 이길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궁리합니다. 독일군의 대전략을 입안할 수 있는 장성으로서 어느 곳에서 공세를 멈추고, 어떤 곳에서 파상공세를 이어갈지 세밀하게 묘사하는게 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그 과정에서 중간중간 장성들간의 파벌싸움이나, 히틀러의 오판 섞인 개입이 이어지는 부분도 개연성 있게 짜여져있어 상당히 흡입력이 있습니다. 험난한 겨울전쟁에 대한 최전선 병사들의 서술과 중간중간 첨부돼 이해를 돕는 지형지도 또한 만족스러운 장치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종류의 전쟁 밀리터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만족할만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전개가 느리지도 않고, 지나치게 설명조로 전술을 설명하지도 않으며, 파벌에 따른 입장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군인들의 인물상까지. 전쟁물로 본다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주인공이 정권을 잡고 국가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대역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호불호가 갈릴만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현재까지 주인공이 군부 내에서 손가락 안에 들만한 장성급으로 올라서긴 했지만, 아직까지 히틀러가 집권하고 있는터라 온전히 주인공이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더군요. 그런 부분에서 고구마를 느끼신다면 좀 괴로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만, 짤막하게 말하면 이 작품, 꽤 재밌는 작품입니다. 한동안 없었던 2차대전물을 찾으신다면 일독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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