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빠꾸 #예스급발진 #유쾌한소설
<매춘부 아들로 환생했다>.
정말 강력한 어그로가 느껴지는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나 강력하냐면 지하철에서 스토리아레나 탭을 둘러보던 제가 화들짝 놀라 호다닥 스크롤을 내려버렸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소설이 풀네임으로 읽기에는 좀 거시기하니 이 밑으로는 대충 <매아환>으로 부를게요.
<매아환>은 제목 그대로, 소설 속에 떨어졌는데 빡촌 에이스 아들내미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빙의물의 기본적인 플롯이 뭔가요? 소설 속 세계는 곧 망할 예정이고,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예정된 멸망을 막기 위해 지구의 웹소설 퍼먹던 누렁이들을 무단으로 납치해다 이세계에 방생해버리는거 아닙니까.
<매아환>은 소설빙의물의 플롯을 비교적 착실하게 따르고 있긴 하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부분이 다릅니다. 여기 주인공은 이 소설을 읽은 적이 없어요. 얘는 김독자가 아니라 폰독자고, 진짜 김독자는 얘랑 문피아 계정을 같이 쓰던 친구였습니다. 초월적인 존재 일처리가 영 허술하네요. 예전에는 분노에 가득 찬 57000자를 꾹꾹 눌러 담아 작가에게 보내야만 이세계 환생 쿠폰을 탈 수 있었는데, 요즘은 소설 읽지도 않았는데 환생당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여튼 모르는 소설에 들어와버린 주인공이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하여, 더하여 소설의 줄거리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월적인 존재가 자신을 매춘부의 아들로 만들어버린 이유가 있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 하루가 멀다하고 도시에 들러 고아들을 픽업해다 SSR 고아뽑기 가챠를 돌리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정상입니다.
왜 멀쩡한 얘기를 하다 갑자기 고아뽑기 드리프트를 박느냐고요? 이 소설이 이런 식입니다. 서술도, 대사도, 주인공의 캐릭터성도 미쳐돌아가서 뒤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소설 전체적으로 빠꾸가 없어요. 그래서 미치도록 웃깁니다. 10화짜리 소설에 1화부터 10화까지 거를 타선이 없습니다. 매 화가 레전드여서 웃음 참느라 혼났습니다. 아니, 진짜 지하철 안에서 이걸 보는 내내 실실거리는걸 참느라 광대가 너무 아팠어요.
구태여 필력이나 문체의 장점을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가볍고 웃겨요. 작가님 어디 드립학원 다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빵빵 터집니다. 스낵컬쳐로서의 웹소설에 정말로 충실한 작품입니다. 출근길에서 한 편씩 보면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 제목만 손으로 가리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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