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나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 ‘사상 최강의 밀정’은 침묵적고점 작가의 글이다. 필명을 볼 때마다 무슨 뜻인지 항상 궁금하지만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전에 내 손가락은 글을 구매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작가의 전작품인 ‘사상 최강의 데릴사위’를 아주 감명 깊게 보았기 때문이다. 글을 오래 읽은 독자라면 알 것이다. 간단하게 시간을 때우는 킬링타임용 소설이 있는 반면 가치관과 인생관을 돌아보게 되는 글도 있고, 작가의 섬세한 필력이 돋보이는 글도 있으며, 예상치 못한 소재나 전개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글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글은 앞서 말한 장점들을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만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제목 그대로 밀정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게 전부다. 글의 소재나 내용 중 클리셰들이 새로운 것은 없으나 중국을 배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은근히 낯설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부차적인 요소들과 무관하게 이 작가의 필력은 아주 뛰어나다. 이번 작품은 다소 코믹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읽다 보면 왜 필력을 극찬했는지 저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칭찬은 충분히 한 것 같고 내가 생각하는 글의 장단점을 나열해보겠다.
장점
1. 필력이 뛰어나 몰입해서 볼 수 있다.
2. 때로는 무거운 분위기를, 때로는 가벼운 분위기를 잘 사용해 어떤 컨디션에도 잘 읽힌다.
3. 대부분의 중국 소설들이 지닌 구조가 나타난다. 이는 무협 장르 중에서도 선협 소설에 특히 해당되는 특징인데 예를 들어 무공이든 내공이든 영기든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다음 경지로 벗어나게 되는데 선협에서는 그 경지가 매우 높아지면 행성을 벗어나고 은하계를 벗어나며 심지어는 우주를 벗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배경이 계속 상승하며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전개가 길어지고 회차수가 엄청 부풀려진다. 재미없는 글이 이런 구조를 사용한다면 욕이 나오지만 재미있는 글은 오래 읽을 수 있으니 좋다. 배경이 바뀔 때마다 신선해서 그렇게 질리지 않는다.
4. 중국 소설 특유의 사이다가 있다. 어떻게 보면 역사나 문화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인구수가 워낙 많다보니.... 사람이 막 죽어나고 등장인물도 워낙 많다 보니 다양하게 죽는 사람이 많다. 특히 주인공들이 약간 싸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것 같다.
5. 이 작가만의 캐릭터는 항상 쓰레기다. 저질 중의 저질, 쓰레기 중의 쓰레기, 그러나 머리는 비상한. 보통 이렇게 묘사되고 하는 행동도 머리는 명석하나 성격이 개차반인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악인을 자처하는 글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6. 이 작가만의 사이다가 있다. 위에서 말한 사이다와는 다르게 이 작가가, 그리고 중국 소설들이 고집하는 주인공의 특성이 있는데 이는 ‘복수’다. 복수를 기깔나게 하고 이 빌드업 과정이 매우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전율이 흐른다.
7. 중국의 명시나 명문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고전 시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행복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8. 사람을 울리는 글이다. 이 작가는 코믹스러움과 가벼움을 잘 살리면서도 때로는 눈물을 쏟게 만드는데 그 포인트들이 대단하다. 이번 작품은 아직 한 번밖에 못 느꼈지만 전작까지 포함하면 충심, 효심, 남녀 간의 애정, 이별의 슬픔, 과거에 대한 회한, 부끄러움, 후회, 감격의 상황 등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삶의 지혜와 깊은 감정들이 섞여있는데 읽다 보면 가슴이 울컥하더라.
단점
1. 회차 수가 많은 것도 많은 거지만 묘사가 과하게 세밀해 읽기 귀찮을 수 있다. 특히 세계관이 방대하다 보니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쓰인 문장이 많아 솔직히 대충 속독하게 된다.
2. 이 작가 특유의 말도 안되는(개연성 없는) 소재들을 억지로 등장시키는데 가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온갖 초능력, 외계 생명체 등.... 판타지 소설에 이런 요소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옛 모습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 이런 요소들이 등장하면 뜬금없게 느껴진다.
3. 선과 악이 없다. 나는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자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입장 차이가 있을 뿐이고 주인공도 선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보지 못할 수도 있다.
4. 이 작가 특유의 사이다를 살리기 위해 고구마가 길어지는데 매우 답답하다. 참아낸다면 큰 보상으로 돌아오겠지만 참기 귀찮을 때가 많다. 전작품인 ‘사상 최강의 데릴사위’의 경우 회차가 너무 많아서 후반부에 가면 구매수와 추천수를 통해서 알짜 편들만 빼먹을 수 있다. 번역 소설이기 때문에 하루에 2~3편씩 나오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날 나온 회차 중 재미있는 부분을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아니면 늘어지거나 고구마 편을 보게 돼서 돈낭비가 될 지도...
5. 후반부로 갈수록 산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전작에서 그랬으니.... 그래도 이번 작품은 아직 초반이라 볼만하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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