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를 보면 내용과 크게 상관 없는 파스타 소스 레시피를 굳이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감독은 이 장면을 편집해서 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대로 남겨놨습니다. 만약 영화가 실패하더라도 관객에게 좋은 소스 레시피는 남겨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과장된 면은 있겠습니다만(창작자의 인터뷰는 언제나 거짓말이 섞여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 일화를 참 좋아하고, 이 일화를 들은 다음부터 비유에 써먹기도 했습니다. ‘아, 그 소설은 소설도 재밌지만 파스타 소스 레시피가 참 알차’ ‘그 소설 파스타 소스 레시피는 어쩜 그렇게 재밌는지 모르겠어’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웹소설에서 파스타 소스 레시피는 어떤 것일까요?
웹소설에서 파스타 소스 레시피가 아닌 부분을 말하기는 쉽습니다. 주인공의 목적, 주인공의 특별함, 주인공의 성취, 주인공의 동료... 이런 부분들은 말 그대로 파스타 소스 레시피가 아닌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부분을 편집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웹소설에서 파스타 소스 레시피는 그 외의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의 장르를 형성하는 독특한 배경 설정, 그 안의 디테일과 소소한 장치들. 이런 것도 분명 파스타 소스 레시피에 들어갈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웹소설의 상업적 성공에서 이 파스타 소스 레시피의 중요성은 크지 않습니다. 말했듯이 중요성이 컸다면 파스타 소스 레시피가 아니라 그냥 본편 내용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배경 설정이나 디테일을 독특하고 세세하게 짠다고 하더라도 그것만 보고 따라오는 독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라오는 독자들은 분명히 존재하긴 합니다. 저도 그런 독자 중 하나고, 이 소설의 추천글이 벌써 두 번이나 올라온 거 보면 저만 있는 게 아닌 건 분명합니다.
줄거리는 벌써 추천글을 쓰신 다른 분들이 이미 잘 설명하셨으니 그리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이 소설은 미국 배경으로 회귀한 주인공이 마트의 파트타임 직원으로 시작해서 올라가는 내용입니다.
이 플롯 자체만으로는 그렇게 새로울 게 없지만, 그걸 따라가면서 나오는 미국의 문화나 사회 양상들은 익숙한 플롯으로도 신선한 감상을 불어넣습니다. 저처럼 웹소설을 읽으면서 몰랐던 어떤 것들을 배우는 것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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