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를 접한지도 벌써 15년이 넘어가는것 같습니다.
군 제대 후부터 왕왕 방문하며 이런 저런 작품을
접하다 보니, 어느새 서른보다는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네요. 그동안 여러 좋은 작품들을 접했지만,
이 바람과 별무리라는 작품 역시, 중세의 그 어느때
(작품 내에서 연대를 특정하지는 않습니다.)에가진것 없이
바다로 나온 어느 가난한 선장의 모험을 그립니다.
작고 낡은 배로 시작한 그 모험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거대 선단의 선주, 본인이 쌓아올린 업적과
명성으로 작위를 취득한 귀족, 영웅적인 공을 세운 군인이
되어있는 주인공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몇가지 큰 장점을 꼽아보겠습니다.
1. 작가님의 글솜씨
요즘 나오는 수많은 글들을 보면, 문법, 단어, 글의 전개가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처참한 글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어린 초등학생 꿈나무들이 작가의
꿈을 키우며 연재하고 있는거라면 더 할말은 없습니다만.
바람과 별무리의 작가님은 물 흐르는듯한, 매우 유려한
작문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감탄한 부분은, 흔히
사용하지 않는 의성어, 의태어 들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하여
글 전체가 어떨때는 마치 한편의 유쾌, 상쾌한 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글의 전체적인 질을 올려주는
중요한 요소인것 같습니다.
2. 고증, 그리고 또 고증.
서두에서 언급한것과 같이,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1700년대의 어느쯤인가 입니다. 당시의 풍속, 기술, 음식,
문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가 작품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습니다. 범선의 구조, 운용에 대한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세부적인 설명,
각 나라의 문화 (의상, 음식, 예술, 정치) 등이 작품과 잘
버무려져, 가만히 읽다보면 마치 그 시대 어딘가에 내가
서있는 듯한 몰입을 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중 음식이 주제가 되는 경우,
배고픔 주의 경보가 내려집니다. 밤에 읽으면, 냉장고를
한번쯤 열어보게 되지요.
3.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하나하나의 캐릭터들은 쉽게 버려지지
않습니다. 배에 근무하는 선원 하나하나, 애완동물과
전쟁터를 함께한 전투마까지, 고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또한 그 각각이 개체가 고유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개체들의 스토리는 한편의 에피소드가 되기도 하고,
또 전체 스토리의 진행을 이어주는 끈이 되기도 합니다.
*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에도 각기의 캐릭터가
살아있고, 주인공에게 붙들려 (반강제로) 부하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4. 자아 실현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타협하여 어제와
같은 오늘을 맞이하게 되지요. 주인공인 선장도 수많은
시련을 겪어냅니다.끔찍한 전쟁, 무역에서의 손해, 항해중의
고난, 배의 침몰 등 모험중 겪게 되는 많은 시련들. 하지만
주인공은 이 시련들을 모두 이겨내고 결국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선단을 이루고, 칭호와 작위를 받게 됩니다.
주인공이 시련을 이겨내고원수에 대한 복수를 진행하는
일련의 사건과 그 진행들은 절대 호흡이 빠르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 하나의 사건들이 엮이고 엮이면서 결국 성공,
복수를 이루어내고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주게 됩니다.
위에 언급한 큼지막한 장점들 외에도이 소설이 가진 장점은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다양합니다. 다만, 작품의 배경과 주제
자체가 요즘의 트렌드 (xxx가 되었다. xxx가 어쨌다 etc. )와
는 다른, 어느정도 매니악한 부분이 있고 (항해, 모험 등이 주요 주제이며, 소설 전체를 관통해 때려부숴야 할 악당 같은건 없습니다.),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작품전개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이 일종의 진입장벽입니다.
저도 솔직히 여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은 손이 가지를 않습니다만, 이 작품은 여주인공이라는걸 인식하지 않고 읽게 됩니다. (작품 중반까지는 여주인공이라는것 자체를 명확하게 인식시키지도 않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면 장점, 어떻게보면 단점이지만, 어느새 1700편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빨리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 하지 말고, 하루에 한편 한편
읽다 보면 어느새 New를 기다리고 있는 날이 오더군요.
또, 한편 한편의 분량이, 다른 작품들 대비 2~3배 더 길어 분량에 대한 욕심이 크게 생기지 않는 부분도 좋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언제고 한번추천글을 써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짧게나마 써보니 좀 후련한 느낌도 있네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니, 많은 분들이 행복한 모험을 함께 지켜보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
* 이 1700여편을 읽으면서, 딱 한번 이탈하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프랑스에서 낙오되어 헤매는 시기. 작품 전체의 스토리 전개와는 큰 상관이 없는듯 하면서도 분량은 상당해서 이탈의 위기가 있었네요. 이 뭉텅이에서 위기가 오면 그냥 투욱 패스해도 되지 싶습니다. ^^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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