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던 언더독이 탑독이 되는 순간을 보는 건 언제나 짜릿합니다.
오늘 유료화 공지를 보고 처음 이 글을 봤던 순간이 떠올라서,
간단하게 추천글을 올려 봅니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무엇보다 구조가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표면은 현판 배우물로서 디테일에 굉장히 충실하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건 주인공 박건의 용사로서의 정체성입니다.
용사가 되는 것을 바란 적도 없었고.
숱한 고난과 죽음을 겪고서도 바라는 건 귀환이 아니었던 숭고함.
그렇게 닳고 닳아버린 한 인간의 현대 사회 적응기.
주인공이 배우로서 연기할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이.
그 정체성을 암시합니다.
이렇게 세련된 방식의 귀환자 혹은 용사의 PTSD를 다룬 글은 정말 귀합니다.
또한 그 PTSD가 드러나는 방식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마왕과 악마를 잡는 류의 게임에 심취하거나.
그런 작품을 일부러 고르거나.
카메라가 돌아갈 때 용사 시절의 힘을 되찾거나.
그런 설정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조금은 씁쓸한 웃음이지만, 그래도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표면의 이야기가 부실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사실 표면의 이야기가 단단하기 때문에 그 이면의 이야기가 빛나 보이는 것이겠지요.
배우물의 성패가 작중작의 선명도를 따라간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작품의 작중작은 실제로 현실에서 보고 싶을 정도로 밀도와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또한 작중작을 진행시키며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업계 이야기와 현대판타지에 빠질 수 없는 성공담도 충분히 그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그걸 완성시키는 건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입니다.
주인공 원툴의 이야기는 많이 보았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처럼 주변 인물을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는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어딘가 귀여운 가족들, 정신 사나운 친구들, 사업 수완이 뛰어난 기획사 중역들, 배우를 알아보는 눈이 있는 PD, 연기력이 뛰어나고 각양각색의 에고를 자랑하는 대단한 연기자들, 직업 의식이 투철한 무술 감독, 재능은 있으나 좋은 기회를 만나지 못한 감독 등등.
이들은 주인공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주인공으로 하여금 생을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쓰다보니 간단한 추천글에서 한참 더 나아가버렸네요.
유료화 이후에도 이 작품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추천 드립니다.
1. 통속적인 귀환자물의 전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2.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한 장치로만 소비되는 주변 인물들에 질리셨다면
3. 현실에서 보고 싶어질 정도의 몰입감을 가진 작중작의 매력이 궁금하시다면
유료화되기 전에 보시는 게 이득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ㅡ즐거운 크리스마스,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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