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랑의경]을 지은 희행 작가의 작품들이 몇 개 있는데요, [문단주]는 가장 최근에 번역된 작품입니다. 번역이 문피아에 연재될 초기에 몇 편을 읽다가 그만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엊그제 우연히 찾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희행 작가의 작품들은 과거로 회귀하거나 타인의 몸에 빙의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독자들은 이런 회귀와 빙의에 대한 열망이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평범한 일생을 산 사람이라면 과거로 회귀한다고 해도 그냥 걸어온 길대로 살면 되겠지만, 엄청 후회하는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 일을 바로잡으려고 하게 될 겁니다.
[문단주]의 주인공 진단주도 바로 그런 소녀입니다. 전생에서는 가족들이 몰살당했는데, 알고 보니 음모로 인해서 억울하게 몰살당했던 것입니다. 과거로 회귀한 진단주는 이 음모를 분쇄하고,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게 되지요. 이러는 과정에서 온갖 소동이 벌어지고, 온갖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고, 위기가 찾아왔다가 해결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러나 그 위기의 강도는 [교랑의경]과는 좀 다르게 약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읽으면서 마음에 부담이 적을 겁니다.
중국에서 과거시험 제도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긴 한데,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운 내용이 아니라서 함부로 믿을 수가 없네요.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광종 때부터 과거시험 제도를 실행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이런 시험 제도 없이 인맥 등으로 관리를 임용했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고대에는 중국이 엄청난 선진국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문단주]에서는 주인공 진단주가 과거시험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 영향을 끼치는 스토리가 나옵니다. 작가가 교묘하게 잘 엮었습니다. ^ ^
이월하 작가의 작품 [강희대제]에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는 전설적인 관리(지푸, 진황)가 등장합니다. 매년 홍수 피해를 겪는 나라에서는 이런 유능한 관리가 엄청 소중한 인재였을 겁니다. [문단주]에도 이런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한 명 등장합니다. 비록 본격적인 치수 스토리는 나오지 않지만, 이 인재를 아끼고 지키려는 주인공 진단주의 노력에 감동하게 되지요. 왜냐 하면 아무도 그가 인재인 줄을 모르고 있고, 진단주는 이 인재를 지키기 위해서 온갖 악명을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어딘가에서 읽었습니다. 주인공 진단주는 이 부분에서 아주 특별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진단주는 오해나 악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이 외면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수준입니다. 우리는 악플도 못 견뎌하는 판인데, 진단주는 그보다 더 심한 것도 겪으면서 견뎌내니까요.
이제 완결이 났으니까, 다음 작품이 번역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작가의 애독자로서 이런 기다림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복습은 당연한 것입니다.
찬성: 
반대: 
리뷰가디언이란?
리뷰가디언의 활동과 혜택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