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에 호박을 넣으면 호박죽이고 복을 넣으면 복죽, 고기를 넣으면 고깃죽이다. 단, 결국 죽이다.
대한제국의 숙수는 100년 후의 대한민국에서도 요리사다.
대한제국의 예순 꼰대가 과연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이 글의 주인공 영주는 흔한 꼰대가 아닙니다.
그의 꼰대력은 결국, 요리에 대한 열정이고 요리에 대한 사랑입니다.
치킨보다 맛있는 죽이 있다는 헛소리를 하긴 합니다만, 요사스러운 글빨을 가진 작가님 찬스로 진짜 치킨보다 맛있는 죽을 요리하기도 하죠.
설마, 제가 노란 망고 푸딩이랑 닮았다는 끔찍한 닭죽을 글로 접하고 침이 고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 글의 가장 큰 매력이자 이 글을 쓴 작가님의 사짜 기질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요리를 소재로한 만큼 요리에 대한 묘사, 시식단의 맛평가가 굉장히 중요한데 글만으로 영상미가 느껴질 만큼 보는 맛이 있으니 착한 사짜 기질입니다.
또한, 사전 조사가 철저해 근본 있는 사기입니다.
아시다시피 소설에서 설명은 진짜 지루하고 극혐입니다만, 이 글에서 요리 지식은 주인공의 과거 에피소드이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부족한 설명은 무려 작가의 말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친절히 설명됩니다.
그리고 미래지식을 이용해 승승장구하는 맛은 없지만, 대령숙수의 위엄 돋는 요리 실력이 있고. 대한제국을 졸업하지 못한 촌티가 꽤 재밌습니다.
“석빙고라니! 석빙고가 이리 아무 데나 즐비하다니!”
현대인에겐 너무 당연한 냉장고에도 흥분하는 주인공 영주는 병원 주방을 박물관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는 녀석입니다.
대한제국에서 살 때도 다양한 요리법을 고민하던 녀석이라 그런지 신문물을 활용하는 데도 능통합니다.
조만간 조리고에 진학할 것 같은데 학원물+대역물+전문가물의 완벽한 콜라보가 기대되네요.
또한, 희귀암을 극복한 열일곱이 된 대한제국의 꼰대가 어떻게 새로운 가족을 품어줄지도 기대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해도 도시락까지 싸 들고 엄마 일하는 마트를 쫓아가는 건 아니지 싶습니다만, 역시 대한민국의 불효자는 대한제국의 효자를 따라잡을 수 없나 싶고.
이런 극진? 극성맞은 효심으로 마트의 시식 코너를 접수할 거 같은데 과연 그다음엔 무엇을 접수하고 절대 기죽으면서 살지 않을 것 같은 주인공의 가족이 어떤 인생을 살지도 참 궁금해집니다.
저처럼 이 글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고 주인공 가족의 인생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왜 이제 이 글을 알려줬는지 저를 욕하고 싶고
왜 벌써 이 글을 알았나 후회될 겁니다.
진짜 재밌단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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