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아카데미 1타강사를 쓰신 글리세롤님의 신작입니다. 개인적으로 되게 재밌게 봤던 작품이라서 이번 작품도 기대를 하고 봤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더군요.
일단, 줄거리는 매우 익숙한 맛입니다. 회귀한 주인공이 잘난 직원들을 고용해서 갓겜을 만드는 거죠. 만 개에 달하는 전생의 기억들을 해금하고 이를 게임으로 만드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좀 뻔하죠? 물론, 그렇다고 ‘아~~ 소설 하나 다 봤네’하고 안 본다면 장르소설 독자라 할 수 없겠죠. 장르소설에서 중요한 건 이 클리셰를 어떻게 맛있게 버무리냐, 바로 작가의 손맛 아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느낀 이 작품의 장점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게임의 스토리가 야무집니다. 배우물도 작가물도 작중작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는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중작이 아쉬우면 이런 류 작품들은 잘 못 읽겠더라구요. 그리고 이 작품, 그 작중작이 정말 재밌습니다. 다 읽고나면, ‘와, 나도 이런 게임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요. 사실 이게 작품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게임개발물은 ‘내가 플레이했어도 이건 재밌겠다’ 생각돼야 작품에 개연성이 있으니까요.
두 번째로, 게임이 개발되는 주기가 되게 빠릅니다. 게임이 개발되는 빌드업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일단 게임이 나오고 사람들이 그 게임을 즐기는 내용이 주가 되는데, 주인공이 게임을 생각해내면 그게 그대로 나오는 느낌입니다. 그 과정에서 디테일 몇몇 개만 챙기니, 그야말로 게임 ‘디렉터’ 물이죠. 게임개발물인데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적으니 사람에 따라 아쉬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점도 큽니다. 바로 소설을 읽을 때 도파민이 어마어마하게 뿜어진다는 거죠.
보통 게임 개발물은 ‘개발 아이디어=>빌드업=>게임 발매=>게이머들의 반응 및 수상’이 한 싸이클입니다. 여기서 빌드업이 절반 정도는 차지하죠. 그런데 이 작품은 빌드업 과정이 없고, 대신 리액션 부분을 더 꽉꽉 채워넣습니다. 독자들도 게임 개발 과정을 즐기는 대신 게이머가 재밌게 플레이하는걸 보면서 게임 자체를 즐기게 되죠. 그리고 여기서 모두가 아는 비밀이 있는데, 사실 게임개발물의 도파민은 이 ‘게이머들의 반응’ 부분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빌드업 과정은 짧고 리액션 부분은 길다니, 작품을 읽을 때 도파민이 얼마나 뿜어질지 다들 예상이 가시죠? 40화에 벌써 작품이 4개나 나온만큼 짧은 싸이클로 뇌에 도파민을 쏟아붇는 이 작품, 정말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이 유쾌합니다. 유머 코드도 선을 넘을 듯 말듯 적절하게 유지하고, 작품 자체가 살짝 코미디 느낌이 있습니다. 읽다보면 웃게 돼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참 좋은 소설입니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의 작명 센스갖고 직원들이 뭐라하는 부분이 있는데, 최근 작가님이 소설 제목 바꾼 것 갖고 독자들이 뭐라하는 거 보니 그것마저 한 편의 코미디 같더라구요. 제목 변경 공지 보고 야무지게 웃었습니다.
어쨌건, 소설 되게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완결낸 작품들이 있으신 작가님인만큼 이 폼 그래도 쭉 연재해주실거라 믿습니다. ‘만빙겜’ 파이팅!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