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시작 전에는 추천글을 써 본 기억이 없는데 요새 혼자 보기 아까운 소설들이 많네요.
‘사원님, 행성냠냠굿을 막아줘’
시작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지만, 곧 스페이스 오페라로 넘어가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이보다 더 절망적인 시작이 있을까 싶네요.
남은 인류는 단 9명, 그들은 방공호 안에 세계를 멸망시킨 수수께끼의 소녀와 갇혀 있습니다.
게다가 3화가 지나기 전에 그 중 2명이 다른 생존자를 배반하고 인류 멸망의 원흉인 소녀의 구속을 풀어 함께 다른 차원으로 도망갑니다.
이 정도만 돼도 절망 그 자체인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2명의 연인이 자기들 살자고 다시 한 번 사단을 냅니다.
이제 남은 인원은 겨우 다섯.
제가 주인공이었으면 이쯤에서 머리에 총 쏘고 소설 마무리 합니다.
하지만 역시 여기서는 구원자가 한 번 나와 줘야죠.
남은 생존자들이 혼란과 무기력증에 빠져 있을 때, 차원 경비대 소속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간 붉은 눈의 소녀가 그들이 쫓고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말해주며, 주인공에게 차원 경비대 입대를 권유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아포칼립스물에서 SF, 스페이스 오페라로 급격히 방향을 틉니다.
‘릭 앤 모티’ 라는 애니메이션을 아시는 분들께는 간단히 다크한 분위기의 릭 앤 모티라고 소개드려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직 15화밖에 진행되지 않았기에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다만,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필력이 훌륭합니다.
읽기 편하면서도 유치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둘째, 세계관이 탄탄해 ‘보입니다.’
솔직히 저도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독자에게 전달된 정보 자체가 많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설정들을 볼 때 작가분이 꽤 공들여서 작품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묵혀뒀다가 회차 쌓이면 읽고 싶긴 한데...
이 소설 지표가 썩 좋지 않습니다. 작가분께서 들인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는 것 같아 실망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네요.
소프트 SF,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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