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남겨보는 추천글인데 잔 다르크 작품으로 시작한다니 뭔가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되네요.
우선, 잔 다르크를 떠올려 보고 그 기록들을 살펴보면 과연 이게 진짜 역사적 사실인가?
싶을 정도로 기이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항우가 수십 명장을 썰어댄 배경엔 산을 뒤집는 괴력과 뛰어난 용력이 있었다지만 잔다르크는 생전 칼자루도 쥐어본 적 없는 시골 소녀였습니다.
항우의 이야기하면 ’역발산기개세‘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잔다르크 이야기를 들으면 ‘???’ 물음표로 가득 찹니다.
과장 보태서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계시를 받아 무작정 왕을 찾아 떠났고, 어떤 우연이 겹친 건지 평민으로 위장한 샤를을 찾아내곤 누가 봐도 프랑스가 패배할 것 같은 전쟁을 승리로 이끕니다.
그 엄청난 활약상으로 박수와 영광을 받으며 오래오래 살았답니다면 좋겠지만 잔혹동화의 마지막처럼 자신이 구해낸 국가의 왕에게 배신당해서 그토록 몰아내려고 했던 영국인들의 땅에서 산채로 불태워집니다.
뉴스에서 비극을 봤을 때 찝찝한 감정이 생기는 것처럼 저에겐 잔다르크를 떠올리면 바로 그 비극적인 생애 마지막이 떠오릅니다.
작품의 주인공 요셉도 잔다르크에 대해 저와 비슷한 감상을 가진 인물로 평범하게 사회에서 평균 남성의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만, 신의 부름을 받고 잔다르크의 비극적 생애를 어떻게든 틀어보려 노력하는 소꿉친구로 환생합니다.
이 부분에서 성녀로 불리는 잔다르크와 남자 주인공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작품의 주요 포인트인데, 이 소설은 잔다르크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존경 어린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소꿉친구로 지낸 주인공 요셉이 난데없이 드러운 중세에 떨어져서 왜 잔다르크를 지키려고 삶을 불태우려 하는지, 그 노력은 왜 빛날 수밖에 없는지가 소설에 잘 녹아있습니다.
잔다르크가 가진 구국의 영웅으로서의 면모로 용기를 드러내는 한편, 친구인 주인공을 향한 우정과 애정 어린 마음도 잘 드러납니다. 단순히 위인은 이렇겠구나가 아니라 잔다르크가 정말 이런 캐릭터면 어땠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으로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어떤 면에선 청춘 로맨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세를 곁들인.. 두 주인공이 서로를 위하는 감정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게 된달까요.
대체역사로서 고증을 지키고자 노력하시는 부분도 좋고 중세의 열악한 환경에서 이것저것 시도하며 잔다르크가 살아남는 세계선으로 틀어보려고 굴러다니는 주인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요즘 애틋한 드라마는 생략하고 출세-출세-출세로 가는 스피디한 작품들과 색다른 이야기 원한다면 이 작품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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