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맛동산 작가님 글은 비트수양, GM숙종, 선조천문 세 작품을 읽어 봤는데요. 모두 제 취향에 맞고 유쾌한 글이더라고요. 그 중에서 ‘비트타는 수양대군’에 관한 추천글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스포주의) 본 추천글에는 작품의 내용이 들어가 있으므로 읽는데 참고바랍니다.
작품요약
중소기업에 다니던 현대인 주인공이 수양대군으로 빙의해서 노래를 부르는 이야기.
5~600년은 앞선 미래의 음률을 접한 1400년대 사람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 수양은 천재(?)로 주목받으면서 조선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
추천도 4.5/5
주인공
교통사고로 수양대군의 몸에 빙의한 현대인 주인공. 그는 친할머니 대비마마(원경황후)의 생신 의례에서 데뷔무대를 치른다.
손자의 재롱잔치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던 수양은, 현대의 노래를 가져와 불렀는데 그 파급이 엄청났다.
현대의 노래 <칠갑산>과 <아빠의 청춘>을 개사해 부르면서 무대를 뒤집어 놓는다.
그 이후로 악학별좌 박연을 시작으로 당대 사람들을 열성팬으로 만들면서 음악천재(?)로 활약한다.
미스터트롯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 어린 소년이 나와서 트로트를 기막히게 부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중장년층 엄빠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도입부였다.
음악적인, 청각적인 것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이 소설은 철저하게 현대의 음악을 가져옴으로써 해결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음률로 서술하니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유쾌하게 풀어내서 일종의 캐릭터성으로 가져간다.
어리고 젊은 수양이었지만 알맹이는 회식에서 노래 부르던 아저씨였기에 납득이 가는 설정이기도 하다.
표절인 만큼 주인공도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는 장면을 통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이야기 전개
대체역사 소설 중에는 세종대왕의 아들 ‘문종 이향’ 혹은 ‘세조 이유'로 현대인이 빙의하는 작품이 많다.
문종의 경우 ‘블랙기업조선’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이고, 세조의 경우 ‘근육조선’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시대가 꾸준히 수요를 얻는 이유는
세종, 문종, 단종으로 이어지는 조선 전기 르네상스의 계보가 세조 대에서 끊긴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조선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대항해시대에 한 발이라도 걸쳤으면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같은 역사적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으로 이어진다.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아픔이 한국 대체역사물 시장을 태동시켰던 만큼 ‘세종대의 역사물’은 ‘선조대의 이순신물'만큼이나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 역시 여기에 해당하는 만큼 일정 독자층은 확실하게 잡고 가는 소설이다.
다만 꾸준히 수요가 있다는 말은 지겨울 정도로 많이 다뤄졌다는 말이기도 한데, 그렇기에 현대에 들어와서는 색다름을 보여주어야 한다.
차돌박E 작가의 ‘근육조선’이나 테르시테스 작가의 ‘수양대군, 코끼리를 만나다.’가 이러한 예시이다.
담배맛동산 작가의 ‘비트타는 수양대군’은 조선 전기라는 뻔한 시대를 색다르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설이다.
주인공이 빙의한 수양은 학문적으로 아둔한 것처럼 비친다. 다만 그의 음악적 재능만큼은 특별해서 악학별좌 박연을 금세 열성팬으로 만들어버린다.
당대의 사람들은 엄청난 음악에 매료되지만, 독자들은 수양이 현대의 노래를 파쿠리한다는 것을 알기에 재미있는 오해로 그려진다.
7음계를 도입하는 등 조선의 음악문화를 5~600년 가까이 앞당겨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이 재미요소이다.
이야기는 문화의 발전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대체역사물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은, 무협에서 무공을 배우고 성장하는 것만큼 필연적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주변 문명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 소설도 주인공이 과학지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장영실을 필두로 하는 인재들에게 아이디어를 던져주고 공밀레 하는 식으로 발전시킨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비현실적이고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럴만하다고 핍진성을 만들어 놓았기에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많은 대역 작품과 독자들이 장르를 형성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너그러워지는 부분이다.
필요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면서도 주된 이야기는 수양이 음악을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전국노래자랑같이 전국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민심안정을 시키기도 하고, 명나라와 교류를 하면서 코코넛같이 새로운 작물들을 도입하기도 한다.
당시 시대상 환관 정화가 대원정을 하고 돌아왔던 시기였기도 해서 캐리비안의 해적 OST와 라이언킹 OST를 이용해 노래를 지어주기도 하는 등 교류를 하기도 하며,
선덕제 주첨기에게 영화 프로젝트 A의 OST 동방적위풍을 이용해 노래를 ‘조공'하기도 한다.
수양이 만든 노래는 명과 조선의 공물 외교에서 큰 축을 차지한다. 작은 정부였던 조선은 명에 바치던 공물이 부담스러웠는데, 이를 ‘음악’으로 대체하면서 자본을 비축할 여력이 생기게 된다.
당시 명과 조선 사이의 조공 외교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조선은 명을 통해 얻기 어려운 남만의 물산을 얻기도 하는 등 ‘음악’라는 요소를 극한까지 살려서 조선을 발전시킨다.
근육조선과 함께 유쾌한 조선 초기 대역을 보고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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