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 #영국 #블러드마리 #착각 #여자주인공
문피아는 대체로 여자 주인공 소설이 뜨지 않는 플랫폼입니다. 특히 권력을 쟁취하고 국가를 육성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집중된 대체 역사 장르의 경우 여자 주인공은 기피되기 십상이지요. 사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의 경우, 짜릿한 사건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집중하고 내용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상의 행동과 그로 인한 사건의 변화를 다루는 대체 역사에 어울릴까 싶기도 하고, 중세의 영웅들이 여성 권력자를 따르는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해당 우려에서 다소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은 회사에서 선임을 고발하고 퇴사한, 사학도 출신 현대인이 16세기 잉글랜드 왕국의 튜더 왕조 국왕, 메리 1세로 빙의하여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블러디 메리라고 유명하신 분이기도 하고, 엘리자베스 1세의 이복 언니이기도 하신 분이지요. 그런 유명인이 된 주인공은 위태로운 상황을 감지하고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왕업을 펼쳐 나갑니다.
<여자 주인공? 하지만 안정적인 맛>
여자 주인공 작품답지 않게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은 것이 우선 저를 안심시켜주는 요소였습니다. 아무래도 결혼 동맹이 정략에서 큰 비중을 이루는 유럽이니, 왕족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그때마다 태양같이 빛나는 황금색 머리카락 같은 묘사가 나오면 대체 역사가 아닌 로맨스를 보는 기분이 되기 쉬워 거리낌이 생기기 쉬웠을 거고, 또 나라를 잘 키워나가다 갑자기 사랑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다거나, 신파에 빠지는 등의 대체 역사 장르에 기대하지 않는 전개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을 텐데, 그런 묘사 없이 사건에 집중해서 서술하시는 모습이 대체 역사 장르의 안정감을 느끼게 해줘 좋았습니다.
<가치관의 차이에서 일어나는 착각>
현대인이 다른 시대로 갔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여럿 있겠지만, 저는 현대인의 가치관과 과거의 가치관이 충돌할 때 일어나는 오해도 일미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해당 재미를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호의로 내놓는 식사에 공포를 느끼는 사절이라던가, 시대를 초월한 종교관에서 생겨나는 오해와 거기에서 비롯된 주인공에 대한 착각은 평범한 주인공이 순간 비범한 인물로 변하는 듯한 인식을 줘서 몹시 흥미롭습니다. 또 주인공의 시점에서 글을 읽는 독자는 해당 오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오해에서 더욱 유쾌함을 느끼지요. 이 작품은 그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쉬운, 생존에 집중하는 주인공>
주인공이 갑자기 민생 안정에 눈을 떠서 사명감에 불타거나, 국가 발전에 모든 걸 바치겠다는 과격한 동기를 가진 게 아닌, 남들한테 무시당하지 않고 오래 살겠다는 공감하기 쉬운 목표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이해하기 편해 좋았습니다. 거대한 사명을 가지고 움직이는 철인도 보기 좋으나,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위할 줄 아는 그냥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이 즐길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라는 발전시키지만, 그건 결국 본인의 발언력 향상과 생존 지속을 위한 기반일 뿐. 거대한 공익보다 때로는 자신의 사익을 우선할지도 모르겠다는 소소하고 인간적인 유쾌함에 대한 기대감이 들게 하는 목표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1. 가치관으로 인한 오해와 착각 묘사를 즐기시는 분
2. 16세기 잉글랜드에 관심이 있으신 분
3. 드문 여자 주인공 대체 역사 소설에 호기심이 드시는 분
이런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1. 대체 역사에서 주인공의 가치관은 해당 시대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2. 여성 주인공에 거부감이 드시는 분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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