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 #착호갑사 #시대물 #조선판타지
90년대쯤에 비디오를 보신 분들이라면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무서운 재앙이었지만~’ 으로 시작되는 그 문구에 대해 대부분 기억하실 겁니다. 뭐... 그 뒤에 말하는 불량/불법 비디오가 과연 비행청소년의 양산에 얼마나 기여했나는 것은 애매하겠지만 말입니다.
여튼, 저기서 말하는 ‘호환(虎患)’은 과거 한반도에서 얼마나 무서운 재앙이었을까요?
한국, 한반도는 동아시아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산 많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산 하나에 호랑이 하나씩은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전해져 왔지요. 오죽하면 한국도 아닌 옆나라 중국에 ‘조선 사람들은 일년 중 반은 호상 문상을 다니고, 반은 호랑이 사냥을 다닌다’ 라는 속담까지 있었겠습니까.
이 호랑이에 대한 피해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살아가던 모든 국가와 민족에게 타국의 침략 만큼이나 걱정거리였으며 위협이었고 그 때문에 조선 초기 세종 때부터 착호갑사(捉虎甲士)와 착호인을 운영하여 호환에 방비해 왔습니다.
추천글 작성을 위해 실록을 잠시 뒤져 보았는데, 한양의 도성정비가 끝난 영조 시절에도 도성에 호랑이가 들어온 적이 있었네요. 간도 큽니다. 그 외에도 실록에는 ’호환이 있어 군사를 내었다‘, ‘호환을 당해 죽은 사람에게 휼전(恤典)을 내었다’ 등 다수의 호환에 대한 기사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착호갑사]는 그런 호환을 처리하는 착호갑사와 한반도 호랑이에 대한 내용을 판타지 적으로 해석한 소설입니다.
주인공 금산은 북방민족 출신의 백정으로, 남들과 다른 외모와 출신으로 인해 차별받고 있으나 큰 체구와 용력만큼은 가히 항우와 비견될 만큼 대단한 인물입니다.
아버지는 꿈을 찾아 만주로 야밤도주 해버리고, 조선에 남은 금산과 누이, 금산의 어머니는 모진 고통을 겪으며 생활해 나갑니다. 누이는 그저 홀로 나왔다는 이유로 양인들에게 희롱당하고 어머니는 두 자식을 키우느라 병에 걸려 눕기까지 합니다.
어머니의 병이 나으려면 산삼을 쓰거나 백두산에서 자란다는 약초를 캐 와야 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백두산 행을 고른 금산은 약초꾼이든, 땅꾼이든 길을 알려줄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촌장에게 매달려 보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촌장은 금산을 거부합니다. 서러움이 폭발한 금산이 억울함을 토해내는 찰나, 마침 호랑이를 처리하기 위해 촌장의 집에 머물던 착호갑사 왕포수와 동행인 홍사범이 나타납니다.
얼마 전 조수를 잃은 왕포수는 대단한 용력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금산을 눈여겨보고 착호갑사의 조수가 되기를 권하며 그렇게 하면 어머니를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하고, 위험하지만 가족을 위해 금산은 조수를 맡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갑니다.
작가님은 본 작이 첫 작품이라고 하시는데, 그것에 비해서 매우 긴장감 있는 글을 쓰시는 분입니다.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글이며 주변 정황을 간결하고 알아보기 쉽게 쓰셔서 현장감이 넘칩니다.
다만 유혈이 좀 심하다는 것과 사투리에 대한 내용은 호불호가 나뉠 듯합니다. 북방계 사투리를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단어의 지정이나 어투 같은 부분이 마치 어설프게 사투리를 배워 쓰는 느낌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만주-여진 계통이라 한국어=조선어를 어설프게 배워서 그렇게 쓰는 것이다 라는 작가님의 큰 그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튼 보는 동안의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 민화, 설화에 대한 재해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료에 있는 내용을 순수하게 옮겨 전달하거나 작가가 생각하는 역사의 IF방향을 보는 것도 즐거우나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상상해서 즐기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본 소설도 해당 시대에 기반한 역사물이지만 다른 소재를 판타지 적으로 해석한 내용이 주가 됩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호랑이, 사신수, 착호갑사 등 이미 잘 알거나 한번쯤 들어본 소재들을 재해석한 내용이 긴박감 있게 흘러갑니다.
조선시대의 호랑이 잡는 특수부대를 그린 소설, [착호갑사]를 한번 읽어 보시라고 추천 드립니다.
1159PM
찬성: 
반대: 
자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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