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장르문학에서 최고의 글을 뽑으라면 이 글을 주저하지 않고 추천하겠습니다.
대리만족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취향 같은 주관적 잣대로서가 아니라 글의 깊이와 표현력, 구성 등 전체적인 작가의 역량을 따져봤을 때 그러한 것 같네요. 물론 논란이 있을 법한 주장이니 어디까지나 제 부족한 소견에 의해서라는 사족을 덧붙입니다.
게임판타지는 제 취향도 아니고, 주인공에게 감정이입도 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글 자체가 뿜어내는 박력이 저를 붙들어 두더군요. 커리어우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자그마치 2억권의 책을 팔아치운 시드니셀던의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옛날 하이텔 연재시에 있던 작가 후기가 팔란티어 출판본엔 빠졌더군요. 그래서 올려봅니다. (혹시 올리면 안되는건가요? 안되는거면 자삭하겠습니다)
후기인 만큼 아주 중요한 미리니름 있습니다. 아직 안보신 분들은 이 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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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후기]
용문산 기슭에 누워 자던 어느 가을 밤,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일어나 앉아 정신없이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 지가 벌써 2년이군요. 그날 밤 3시간만에 써 내려간 세 페이지 짜리 줄거리가 50여 페이지로 늘어나고, 그 줄거리를 따라 조금씩 적어온 글이 원고지로 6000장분을 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개인적으로는 겁없이 손을 대었던 이 글이 가까스로 마무리가 되고, 또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다듬어서 여러분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 기쁩니다.
처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름대로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습니다. 또 제 20대의 마지막 해와 30대의 첫 해를 기념할 만한 뭔가를 남겨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구요. 서른이란 적으면 적고, 또 많으면 많은 나이입니다. 20대 초에는 보이지 않던 많은 세상의 모순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반면, 또 한편으론 그런 모순들에 대한 분노가 차츰 시들해져 가는 것을 느끼는, 그런 나이입니다. 전 제 자신이 세상과의 타협 속에 완전히 안주해 버리기 전에, 제 눈에 보이기 시작한 그런 모순들을 어떻게든 기록해 놓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가 하고자 한 말이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원래 성격이 그런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작가분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직선적으로 제 의견을 부르짖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님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제 원래 의도가 어긋난다면, 그건 순전히 제 글솜씨가 모자란 탓일 겁니다. 따라서 그 쪽팔림을 면하기 위해, 제가 하고팠던 말이 무엇인지는 여기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또 어쩌면 여러분들께서 나름대로 생각하시는 것들이 제가 말하고 싶던 것보다 나을 지도 모르니까, 뭐..... 어영부영~
글을 맺으며 약간의 변명을 하려고 합니다. 다름아닌 혜란이 실바누스였다는 '우연'에 대한 것인데, 너무 작위적이 아니냐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전 그게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고 우기고 싶습니다. 혜란은 그 분야의 유일한 전문가였고, 따라서 팔란티어의 공작에 의해 귀국하게 된 것이며, 송 의원 사건 역시 혜란 밖에는 벌일 수 없었던 사건이었던 겁니다. 욱이 수사과정에서 혜란을 찾아가게 된 것도 결국은 그녀가 유일한 전문가였기 때문이므로 크게 모순이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후, 혜란이 원철을 만나고 싶어한 것이며, 이미 보로미어에게 익숙해져 있던 혜란이 원철에게 빠져들게 된 것이며, 또 실바누스에 익숙해 있던 원철이 혜란을 사랑하게 된 것도 큰 무리가 있는 설정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이런 저런 것을 다 따지고 보면, '결국 모든 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모든 것의 밑바닥에는 한 가지 우연이 깔려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혜란이 실바누스였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팔란티어 안에서 '보로미어가 실바누스를 만났다'는 것이겠죠. 물론 전 그것이 팔란티어 이용자의 수를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확률을 가지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동의하지 못하신다면, 허구를 짓는 이야기꾼에게 허락될 수 있는 작은 우연 하나 정도로 받아들여 주셔야 한다고 우길 수 밖에요. 그 우연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 전체가 없었을 테니까
연재를 마치고 나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지난 2년 동안 하루에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2시간씩 투닥투닥 자판을 두드리면서 정말로 몇 번이나 집어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정말 이 글을 계속 쓸 가치가 있기나 한 건지, 하는 의심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올 2월엔 정말로 다 집어치우려고 맘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스톤헨지 원정 정도까지 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읽고 나서 재미있으니 계속 써보라고 격려를 해 주신 분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 글이 끝을 보게 된 데는 그 분의 공이 매우 큽니다. 제 사촌이시자 잘나가는 방송작가이신 경림이 누님께 여기서
큰 절을 한 번.
그리고 못지 않게 많은 격려를 해준 제 동생과 집사람, 그리고 옛 전우 찬영이에게도 역시 큰 절을 한 번씩 올리겠습니다. 열심히 모니터해 준 환철이와 형기에게도.
또 그간 꾸준열심히 글을 퍼가주신 나우의 stasis님을 비롯하여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퍼돌이 분들과, 과한 찬사로 추천을 해 주셨던 분들께도 큰절을 올립니다.
(으~ 이젠 허리가 조금.....)
지난 5개월 간의 연재 동안 제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역시 온라인 상에서 알게 된 많은 친우들입니다. 머드 제작자이신 샤이암의 샤커님, 그리고 멋진 삼겹살집을 소개해 준 슬픈추억군, 본인을 과대망상에서 해방시켜주신 엑사일런 님 등등, 정말 이 글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던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답니다.
그리고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면서, 한 마디.
'여러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시기에 연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통신상에는 못지 않게 좋은 글들이 많이 있으니, 많이 읽어주세요.'
시리얼과 통신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김 민영 올림.
PS. 섬뜩한 메일로 절 전율시킨 분께. 전 지금 완전히 진이 빠져서 감자탕이 다 흐물거리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으니, 기다리지 마세요.
PPS. 죄송합니다. 저도 욱이만큼은 죽이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쩌비. 그건 정말 할 말이 없네요.
PPPS. 질문 보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조만간 FAQ를 만들어 올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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