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게임소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판타지 장르 자체가 처음 수준이 너무 높았습니다. 드래곤 라자야 말할 것도 없고, 성검전설, 뉴트럴 블레이드, 다크문, 데로드&데블랑, 탐그루, 카르세아린, 불멸의 기사, 라이컨 슬로프, 귀환병이야기, 하얀 로냐프 강, LMK 그리고 지구전기와 칠성전기, 블루문 게이트 등등 이 뒤를 이어서도 괜찮은 작품들이 나오긴 했지만 쏟아져 나오는 양산품 사이에서 그 비율이 적으니 그게 문제죠. 지금이 과도기라 앞으로 차차 나아질 지 아니면 이대로 돈만 보고 찍어내는 일이 계속 될 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군요.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에 이르면서 읽을만한 작품이 별로 없다보니 판타지라는 장르에 거의 흥미를 잃은 편입니다. 오히려 무협을 다시 찾게 되더군요.
게임 소설이나 판타지의 문제점이라면, 사실 이건 무협에도 적용되는 이약입니다만...
초기의 게임 소설이나 판타지물들은 대부분이 '생각을 하고' 쓴 글들입니다. 요사이도 '생각을 하고' 쓰는 글들이 당연히 많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글들이 너무 많이 생겼습니다.
생각을 하고 쓴 글들은 앞뒤 구성도 맞추고, 사건의 인과관계에도 신경을 쓰며,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있고, 나름대로 반전이나 기타등등의 요소들도 많습니다.
지금의 판타지물, 특히 게임소설들은? '그냥' 쓴 글들이 많습니다. 손가락이 가는대로 썼습니다. 손가락이 가는데로라면 저도 하루 백페이지라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손가락이 쓴 거지 자신이 쓴 게 아닙니다.
왜 그냥 쓰느냐. 하면, 다른 사람의 인기작의 구성과 아이디어를 쫒아가서 슬금슬금 쓰면, 조회수가 어느 정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미 인기 있었던 구성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고 증명된 것들입니다. 그걸 따라 썼으니 이야기를 만든느 능력과 상관 없이 초반은 꽤 볼만합니다. 조회수가 대충 나오면 출판사가 연락을 합니다. 그럼 책으로 나오지요.
책 내기 참 쉽습니다. 돈도 나옵니다. 만약 학생 입장이라면 큰 돈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책이 나온다는게 기쁩니다. 덜컥 책을 냅니다.
대표적인 예로 '차원이동영지발전물'이나, '뇌파제어가상현실무한성장절대고수게임소설'이라고 하는 2대 인기 설정의, 경우 머리는 놀고 손가락이 일해도 대충이라도 쓸 수 있으면 초반이 뜹니다. 출판사는 초반만 보고도 연락을 합니다. 또 책이 나옵니다. 다른사람이 그걸 보고 또 대충 씁니다. 또 연락이 오고 책이 나옵니다. 이게 반복됩니다.
이게 뭐가 문제가 되냐 하면, 이렇게 서로서로 베껴대면서 대충 나오던 형태였던 분야가 과거에 하나 있었고 그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무협의 '박스판' 무협지가 바로 이런 형태였습니다. 무협지 대신 무협소설을 쓰자고 하는 말이 나오게 한 원흉이지요. 언제나 주인공은 위기의 순간에 절벽에 떨어져 기연을 얻고, 언제나 절세 미인들은 주인공을 보면 반하고... '차원이동영지발전물'이나, '뇌파제어가상현실무한성장절대고수게임소설'처럼 정형화된 형태였으며 생각없이 쓴 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형태의 박스판 무협지를 처음 접했을 때, 한동안 다른 소설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자극이 너무 강했거든요. 지금의 환타지나 게임 소설이 이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분량 이상을 읽고나니, 그 천편일률적인 모습과 개연성 없는 행동들에 분통이 터져서 더 볼 수 없더군요. 사회적인 무협에 대한 평가도 '지성인이 볼만한것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낮아졌습니다.
즉, '너 아직도 무협지 보냐?'라는 사회적 편견은 그 손가락이 쓴 '박스판 무협지'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너 아직도 환타지 보냐?'라고 인식이 되고, 어느 사이트에선가 '환타지라고 하지 말고 환타소설이라고 합시다'라고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그리 될 수 있습니다.
처음 길을 걷는 사람은 정상적인 걸음을 걷습니다. 그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밟으면서 걸으면 어색해 보입니다. 몇 명이 걷고난 뒤에 앞사람들이 밟아 비틀어진 발자국을 따라 걷게 되면 광대로 보일 뿐입니다.
지금의 환타지나 게임 소설에는, 광대가 너무 많습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