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문형
작품명 : 잠행무사
출판사 : 청어람
(편의상 평어체로 하겠습니다.)
얼마 전 청어람 편집자 분과 통화를 하다가, 잠행무사 얘기가 나왔다.
파이널 에볼루션을 보니 잠행무사의 작가분과 나의 취향이 상당히 비슷할 거 같다는 얘기였다. 자연히 흥미를 갖게 되었다.
"저 같은 취향이면 상당히 마이너한 분인가본데요..."
이런 말로 통화를 끝맺고 잠행무사를 읽게 되었다.
사실 연재할 때는 글을 잘 못 본다. 아직까지 모니터로 글을 본다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몇 편을 보고, 괜찮다 싶으면 찜해뒀다가 책이 나오면 보는데... 잠행무사는 그만 놓쳤던 모양이다.
책을 읽은 결과는, 감상글을 쓰는 일이 극히 드문 내가 (아마 더 세틀러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이렇게 올리게 되었으니 이게 답을 대신하리라 여겨진다.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해 보라면, 잠행무사는 무협의 탈을 쓴 악몽이다.
(여기서부터 미리니름 주의)
주인공 송현부터가 이미 인간이 아니니 말 다했다. 딱히 여주인공도 없다. 그저 지옥 같은 흑랑성에서, 탈출할 듯 탈출할 듯 하다가도 다시 위기를 겪는 특수부대들이 존재할 뿐이다.
주인공을 보면 '무한의 주인'이라는 만화의 주인공이 얼핏 떠오르지만...
무한의 주인의 주인공은 열혈 타입이라, 불사신인 걸 믿고 몸을 안 아낀다는 기억인데( 오래 전 일이라 잘못된 기억일 수도 있다.) 잠행무사의 주인공은 매우 냉철하다. 사실 이 냉철함은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과, 책에 등장하는 '망자'란 특별한 존재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어쨌거나 불사라는 점만 빼면 비슷한 점은 거의 없다.
아군은 하나씩 적이 되어 가고, 적은 죽여도 또 살아나니 악몽이 따로 없다. 작가분의 묘사가 악몽의 공포를 더해 준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들이 갑자기 망자가 되어 덤벼들 때는 가슴이 쓰렸다. 반면, 망자인 척 하고 오히려 망자들의 뒤통수를 쳤을 때는 후련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무협 소설을 기대하고 본 분들은, 꼬인 이야기와 무시무시한 망자들에 질려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독특하고 개성 있는 무협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일독해 보시길 추천한다. 특히 자신의 취향이 마이너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호러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 절세 무공을 가지고 미녀들이 줄줄 따르는 주인공에게 질린 분들이라면 강추한다.
작가 김문형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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