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항상 현 기득권은 전대의 기득권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멸시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야 자신들의 정통성도 사는 거고
피지배자들 또한 현 기득권의 지배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죠.
이 책은 그런 류의 책인 듯 싶습니다.
철저한 유교사회인 조선에서 양반들이 아무리 문란하다 하더라도
지금의 기득권보다 부도덕하진 않습니다. 최소한 품위는 지킨다는 거죠.
지금이 민주주의 사회라고 해도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언론과 각종 엔터테인먼트
들로 가리고 있을 뿐이죠. 피지배자가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위험한 법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실상 우리는 피지배자이며 결국
조선시대의 상놈이나 노비보다 나을 게 없는 형편입니다.
저 책을 긍정하게 되면 결국 현 정권과 기득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 씹힌 대상은 풍양조씨 일족인데 ==;; 신분질서가 철저히 지켜져야지만,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외척의 방계입니다. 구체적으로 풍양조씨는 세도정치때엔 당시 대비의 일족이었고, 결국 고종을 임금의 자리에 올리고 2년간 수렴청정하던 사람의 혈족인데, 당연히 권력에 대해 담담할 입장은 아니잖습니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조병덕씨가 조금만 더 똑똑하거나 능력있었다면 당상관자리 꿰차거나 고위신료로서 조선을 경영하는데 한발 담글 수 도 있었습니다. 즉 권력의 최상위층에 다가 갈 수 도 있었던 사람이 자기 아들한테 주는 편지만으로 조선양반 전체를 평하는 것은 보편적인 조선양반을 올바르게 보는 거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또 고종은 실권을 거의 가져본 적 없는 임금이었지 않습니까? 게다가 방계에서 임금이 된 경우, 대부분 왕세자 교육을 못 받아서 임금 노릇을 제대로 못했구요. 경제관념이나 이런 것은 실학파나 남인쪽 양반을 찾아봐야 그나마 관심갖지않았나요? 호부출신 벼슬 갖지 않은 한에는.
그리고 신분제는 철종때 거의 무너졌다고 봐야 합니다. 이때 이미 관노, 사노, 노비와 노예 다 합쳐도 전체인구의 5%가 안 되었거든요. 임진왜란 이후에 공명첩의 지속적 발행과 임난, 호란 등으로 서류분실, 정책적으로 단계별로 관노의 해방 등으로 서류상으론 양반층이 양인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즉 철종때 호구조사에서 몰락양반을 포함한 양반층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었는데 신분제가 제대로 유지 됐을까요? 그런 혼란스런 시대에 임금 외척의 방계일원인 조병덕씨는 신분제의 공식적 해체를 원했을까요 아니면 신분질서의 기강확립을 원했을까요? 조병덕씨 반대편에는 수만배 많은 서얼들과 양인계층 지식인들의 신분제 철폐의 소원이 있었을텐데 ==;;
저자는 좀더 다양한 입장의 양반들을 구체적 대상으로 했어야 19세기 양반의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로 이민간 부자만 가지고는 대한민국 1% 부자를 이야기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코끼리손님의 말씀이 냉엄한 사회현실입니다. 지배자는 피지배자를 용이하게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라는 단어를 즐겨 쓰게 합니다.
물론 피지배자가 생각하는 '우리'와 지배자가 생각하는 '우리'는 다릅니다. 현 자본주의 민주주의 시대에 지배와 피지배를 논한다는 것이 감정상으로 용납하기 힘든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어떤 사회든 결국 지배와 피지배의 논리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사회는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죠.
문제는 형평성이죠. 근데 머 다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사회에 그 형평성기대하기 힘든거는 아시죠.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영화속 소설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이건희 삼성전자회장을 보면 알 수 있죠. 구속되어 감옥에 들어가 있어야 할 사람이 집행유예라니.. 후후.. 덴장맞을 일입니다.
일반인이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편법증여를 통해 상속을 했다면 100% 구속수사에 법정형에 따라 영창으로 직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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