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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읽은 장르소설18

작성자
Lv.2 DrBrown
작성
13.11.20 10:57
조회
7,597

 

1.은빛어비스 지속의 적 - 장르 중에 주제의식이라 할 것을 가진 소설은 거의 없습니다. 그것을 잘 처리하는 글은 더욱 드물지요. 대부분이 그런 척이나 잠시 해 보다가 어느샌가 내던져버리기 일쑤이거나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는 주제의식이 없는 작품을 차라리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은빛어비스는 이걸 해낸 정말 희귀한 작품에 속합니다. 승리하는 것은 욕망이라는 주장에 대한 안티테제가 이 글의 주제이고, 작품 전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얼마전 끝난 챕터를 보고 저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욕망의 문제를 작품의 진행과 더불어 여기까지 심도있게 다루어낼 줄이야.

처음에 주인공은 욕망의 극복을 말합니다. 이건 악의에 대한 선의의 승리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건 이 다음이죠. 선의를 가진 자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뒤파루스를 만난 챕터에서 이걸 보여주는데 굉장히 통렬합니다. 선의를 가진 자의 결론은 노예사업을 합리적으로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챕터의 경우 바로 그런 선의끼리의 충돌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에 대해 보여줍니다. 서로가 정의와 선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해서 결과가 좋을린 없다는 거죠. 그 선의끼리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여기서 이 작품이 어째서 자유와 상상력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 했던지를 짐작해 볼 수가 있습니다. 애켈과 싸울 때에 주인공이 직접 이야기 합니다만 욕망을 넘어서는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 선의가 만들어낼 세계에 대한 반성적인 상상력이 끝도 없이 필요하다는 거죠. 선의만으로는 작품이 계속해서 보여주듯 잘못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것이 이 작품이 말하는 세계에는 ‘필연성이 없다’라는 상상력에 자주 수반되는 설명의 이유이리라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작품의 대부분 에피소드는 바로 이러한 주제를 설명하기 위한 장대한 사고실험도 띄고 있습니다. 활극으로도 우수합니다만, 이런 면에서도 참 굉장한 작품입니다. 주제를 잘 다루기도 했고 이런 긴 글에서 흐름을 잃지 않고 전체를 조망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곧 완결이라는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2.하즈키 리온의 제국 10 - 하즈키 리온의 제국은 제가 장르에서 읽은 가운데 경제에 대해 가장 잘 다룬 작품에 속합니다. 그냥 돈을 버는게 아니라 돈이 유통되는 시스템이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 해 주고 이 시스템의 문제를 넘어서보려는 시도를 가상적이나마 하고 있으니까요. 이건 너무 커다란 문제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들 개연성없는 먼치킨이고, 진행에서도 어마어마한 인맥의 도움을 간단히 얻어낸다는 것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만 넘어가줄만 합니다. 그런걸 잘 다루려면 100권은 되어야 하겠지요. 아니, 권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슬라예보 지젝은 우리는 자본주의의 멸망보다 세계의 멸망을 쉽게 상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누구도 그런걸 상상한다는 자체가 어렵습니다. 한데 하즈키 리온의 제국이란 라노벨이 자본주의의 멸망을 상상하고 있단 말입니다. 정말 굉장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제 완결됐습니다.

평하자면 약간 아쉬운 엔딩이군요. 혁명부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셈입니다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기색이라 이제까지의 카타르시스가 많이 죽은 것도 아쉽고, 결과적으로 일종의 내부자 게임이 되어버린 기색이 강한 것도 그렇습니다. 주인공 일행과 적이 싸우긴 해도 결과적으로는 대충 서로 훈수두면서 타협하는 양상이니 말입니다. 이런건 사실 적이라 보기도 어렵죠. 그래도 정말 신선하고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3.양아치 - 요삼 작가의 작품인데 에뜨랑제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양아치만으로도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구석은 그다지 없는 흔한 현대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조폭이라던가, 재벌이라던가, 연예인이라던가 보통 현판에서 진부하다고 까이는 것들이 다 나오고, 그것만으로 구성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진행도 건방진 재벌 혼내주기입니다. 하지만 읽어보면 흔한 현판과는 이들 소재를 다루는 솜씨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작품을 읽어보면 이게 꼭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겁니다. 대화가 좀 어색하고 한국의 상황이 많이 과장된 때문인 것 같습니다.

 

4.올 마스터 - 디오보다 이게 나은 것 같군요. 반대로 말하면 작가가 이 작품 이후로 발전이 없거나 심지어 퇴보했다는 말이라서 아쉬움이 큽니다. 디오를 읽으면서 작가가 설정놀음을 줄이고 좀더 공감할 수 있는 형태의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다면 훨씬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훨씬 예전 쓴 작품이 오히려 더 낫다면 그런건 기대하기도 어려울테니...

하여간에! 이 작품은 읽어 보면 게임소설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성장이란걸 표현하기 좋다는 거죠. 덕분에 강해진다는 실감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사실 게임 소설하면 달빛조각사이겠지만 달빛조각사는 오히려 게임 소설이라는 면을 그닥 잘 활용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아이템이 매력적인 것도, 성장한다는 실감이 잘 느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이템은 끝도 없이 나와 기억도 못하겠고, 성장은 항목이 너무 많아서 그냥 그렇구나 하는 설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올 마스터는 한정된 슈퍼 아이템과 몇 가지 능력치, 그리고 레벨로 주인공의 강함을 확실하게 표현해 줍니다. 그래서 성장을 분명하게 느끼면서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죠. 하지만 최후반이 되면 좀 재미가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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